15일(현지시간) 발생한 친러 성향의 로베르토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 암살 미수 사건으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BBC, 블룸버그 등 외신은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는 슬로바키아의 정치 상황에 주목했다.
피초 총리는 이날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의 외곽 마을 핸들로바에서 지지자들과 만나던 중 3발 이상의 총탄을 맞았다. 피초 총리는 4시간 가까운 수술을 받은 끝에 겨우 안정을 찾았지만, 여전히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암살 시도로 슬로바키아를 포함한 국제 사회가 받은 충격은 상당하다. 조란 진지치 세르비아 총리가 2003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마피아 조직에 의해 살해된 이래 유럽에서 이러한 암살 시도 사건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슬로바키아 국적의 71세 시인인 유라즈 신툴라인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용의자가 정치적 동기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신은 슬로바키아 정치의 극단적 분열이 참극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피초 총리는 성소수자(LGBTQ+) 권리, 성 문제, 이민자에 대한 분열을 (정치에) 이용했다”며, 이런 전략으로 인해 슬로바키아가 그 어느 때보다 양극화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앞서 피초 총리는 2018년 고위 정치인들의 탈세 스캔들을 파헤친 기자 얀 쿠치악이 약혼자와 함께 살해된 사건으로 인한 반정부 시위로 총리직에서 물러났었다.
정치 생명이 끝난 듯 보였던 그는 코로나 위기로 새 기회를 얻었다. 그는 코로나 백신 등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의 전면에 나서 지지자들을 모았다. BBC는 “피초는 (시위) 선두에 서서 확성기를 들고 군중을 분노하게 했다”고 짚었다.
전 세계가 위드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코로나 이슈가 잠잠해지자, 그는 우크라이나와 이민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며 유권자들을 결집시켰다. 그는 총선 기간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단 하나도 보내지 않겠다’고 공약했고, 결국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후 초민족주의 정당인 국민당과의 연정을 통해 반(反)우크라이나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그의 대우크라이나 정책은 슬로바키아 정치를 더욱 분열시켰다.
러-우 전쟁 2주년을 맞이한 지난 2월에는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반대 입장을 표하면서, 서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악마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초 총리는 국영방송 RTVS 폐지를 밀어붙이는 등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사에 재갈을 물렸다. 쿠치악 사망을 조사 중이던 특별검찰청을 폐지하려 한 점도 정치 분열을 조장했다. 특별검찰청은 중범죄와 부패를 수사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이다.
BBC는 이번 사건으로 슬로바키아 내 분열의 정치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피초 총리와 연정을 구성한 국민당의 안드레이 단코 대표는 야당을 향해 “정치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선포 하는 등 피초 총리 측근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야당과 언론을 정면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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