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5선·서울 노원갑)이 선출됐다. 추미애 당선자(6선·경기 하남갑)가 민주당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의 지지와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을 얻고 차기 의장에 유력하게 점쳐졌기에, 우 의원의 승리에 이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선자 총회에서 투표에 참여한 재적 의원(169명) 과반을 득표하면서 추 당선자를 꺾고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최종 후보가 됐다. 관례적으로 원내 제1당에서 국회의장 후보를 단독 추천하면 다음 국회 첫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을 거쳐 확정된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다음 달 5일로 예정돼 있다.
우 의원은 1957년 서울에서 출생한 노동운동가 출신 정치인으로 당직자와 국회의원 보좌관, 기초의원 등을 거치며 탄탄한 내공을 쌓았다.
연세대 재학시절인 1981년 전두환 전 대통령 반대시위를 주도했다가 제적·투옥됐다. 1988년 평화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고(故) 김근태 의원을 따르는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에서 활동했다. 17대 총선 서울 노원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18대에선 고배를 마셨지만, 19대부터 21대까지 내리 당선됐고, 22대 총선에서는 노원갑에서 5선 고지에 올랐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첫 여당 원내대표로 1년간 여야 협상을 주도했다. 당내 ‘을지로 위원회(을 지키기 민생실천위원회의)’를 이끌며 현장을 누볐고,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홍범도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온건한 성향의 ‘친명(이재명)’으로 분류된다.
우 의원은 이날 수락 인사에서 “중립은 몰가치가 아니다”라며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만들고 국민 권리를 향상시켜 나갈 때 가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거부권은 국민들이 동의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나와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은) 거부권 남용은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 여야 합의는 존중하겠지만, 필요할 경우 국회법에 따른 직권상정에 망설이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경선 구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당초 4파전(추미애‧정성호‧조정식‧우원식, 기호순)이었지만, 조 후보가 추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했고 정 후보도 중도 사퇴했다. 막판까지 출마를 고심한 박지원 당선자는 이 대표와 오찬을 하고 출마를 포기했다.
이에 경선 결과가 발표되자 오히려 현장에선 놀랍다는 기류가 흘렀다. 박수나 환호소리는 크지 않았다. 추 당선자의 표정은 굳어졌고 우 의원은 담담한 모습이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대표의 입김이 국회의장까지 미치지 못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재명의 정당’이 아니란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원내대표도 추대로 밀어붙인 ‘명심’이 국회의장 선거엔 통하지 않았다”며 “‘당대표 일극체제’에 흠집이 났다”고 언급했다.
‘이변 아닌 이변’이라는 해석도 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3선쯤 된 의원들은 거의 다 겪어봤기 때문에 제일 불안한 후보로 취급받던 사람”이라고 추 당선자를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추 당선자는 타협과 통제가 불가능하고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표는 “당선자들이 판단한 것이니 이 결과가 당심이라고 봐야하지 않겠느냐”며 “저도 한 표”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22대 전반기 민주당 몫 국회부의장 후보에는 이학영 의원(4선·경기 군포)이 당선됐다.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우 의원은 당에서 오랫동안 현장과 소통하는 분”이라면서 “(선거를 준비하면서) 의원들과 많은 대화를 했는데, 의장단으로서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도움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원해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