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자신이 세를 얻어 일하던 빌딩을 통째로 매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장·항문 전문병원 ‘기쁨병원’의 병원장인 강모씨가 지난 2월 이 병원 건물을 매입했다. 이달 7일 등기가 완료됐다.
강모 원장은 기쁨병원 빌딩을 총 538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대지 3.3㎡당 1억3090만원 수준의 가격대다. 이 병원은 대장·항문 전문 병원으로 탈장이나 치질, 맹장, 대장 내시경 등 해당 분야에서는 전국 1, 2위를 다투는 유명병원이다. 1984년 준공된 이 건물은 지하2층~지상6층 규모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임차를 해서 쓰다가 매입을 하게 되면 임대료를 아낄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병원의 동선에 맞춰 구조를 쉽게 바꿀 수 있다”면서 “매입금액 1000억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임차하던 병원이 있는 빌딩을 원장이 매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척추·관절 전문 정형외과인 N병원을 운영하던 남모씨가 이 병원 건물을 매입한 사례도 있다. 강동구 길동에 있는 이 건물은 지하5층~지상15층이다. 남 원장은 3.3㎡당 1억2000만원 선인 총 294억원에 이 병원을 사들였다.
의사들 중에 빌딩업계 큰 손으로는 압구정 T성형외과 원장 변 모씨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2020년 동교동 홍대입구 앞에 스칼렛빌딩을 890억원에 매입했다. 3.3㎡당 3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현재는 외관 리모델링을 거쳐 탑라인 빌딩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의료업계에서는 변씨가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입구 쪽에 T성형외과 분점을 낼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변 원장은 같은 해 역삼동의 클래시스타워를 600억원에 사들였다. 당초 ‘슈링크’로 알려진 미용의료기기 기업 클래시스가 보유하던 건물이다. 이 건물은 지 4층~지상17층 규모로, 강남 테헤란로와 언주로의 교차점인 르네상스호텔 사거리에 위치해 입지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는다.
또 다른 시행업계 관계자는 “의사들은 강남이나 서초, 홍대, 천호 등 클리닉을 선호하는 지역에 주로 매물을 사들인다”면서 “추후 매도할 시점도 고려해 잠재 매입 수요도 고려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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