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증권사가 1개 분기 만에 적자 국면에서 탈출했다. 주식 거래가 활발해진 가운데, 기업금융도 호조를 보였다. 무엇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적립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다만 오는 6월부터 부실 가능성이 있는 부동산 사업장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한다. 증권사들이 다시 충당금을 쌓아야 할 상황인 만큼,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 국내 10대 증권사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이들 증권사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총 1조805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보다 1.1%(192억원) 감소했으나, 전 분기(2023년 4분기) 5267억원 당기순손실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증권사들의 순이익 규모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였다. 증권사 컨센서스(예상 실적)가 있는 ▲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 45.3% ▲삼성증권 53.8% ▲키움증권 28.8% ▲NH투자증권 32.94% ▲대신증권 26.4% 등 모두 기대를 웃도는 순이익을 달성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3687억원을 올리며 1위에 올랐다. 이어 ▲삼성증권 2531억원 ▲키움증권 2448억원 ▲NH투자증권 2255억원 ▲KB증권 1980억원 ▲미래에셋증권 1705억원 순이었다.
증권사들이 거래를 중개하고 받는 수탁 수수료가 올해 1분기 대체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으로 주식 거래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국내 주식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21조426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평균 17조6246억원보다 21.6%(3조8014억원)가량 늘었다. 투자은행(IB) 부문 수수료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적자에서 올해 1분기 흑자로 바뀐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영향이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1분기 말 대손충당금으로 3238억원을 잡아뒀는데, 지난해 말보다 22억원가량 줄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을 적립할 것을 권고한 지난해 4분기에만 대손충당금이 597억원 늘어난 것과 차이를 보였다.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말 대손충당금이 830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18억원 더 늘었지만, 지난해 4분기 증가 폭(4750억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그만큼 덜 쌓았다는 뜻이다. 대신증권 역시 분기 초 대비 분기 말 대손충당금 증가분이 지난해 4분기 351억원에서 올해 1분기 100억원으로 둔화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시장 구조조정을 예고하면서 증권사가 대손충당금을 늘려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13일 발표한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에 따르면 기존 가장 낮은 등급이었던 ‘악화 우려’ 사업장은 금융사가 대출액의 30%를 충당금으로 적립했는데, 앞으로 새 기준에서는 가장 낮은 ‘부실 우려’ 사업장은 대출 규모의 75%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오는 6월부터 부동산 PF 사업성 등급 분류가 시작될 예정이다.
증권사의 재무구조를 고려할 때 충당금 적립 규모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다수이지만,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예상치는 1996억원으로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3424억원) 규모와 비교하면 41.7%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증권 -35.1% ▲키움증권 -29.3 ▲NH투자증권 -27.3% ▲미래에셋증권 -8.3% 등도 올해 1분기보다 2분기 순이익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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