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내장 수술을 받은 김모(52)씨는 고민에 빠졌다. 백내장 수술이 실손보험금 누수의 주요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보험금을 받기 어려워졌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보험사는 김씨에게 현장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김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타당한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보험금 청구가 거절될까 불안해하던 김씨는 직접 무료 손해사정사를 선임하기로 했다. 김씨의 손해사정사는 김씨의 후낭이 파열돼 입원이 필수적이었다는 점을 입증했고, 김씨는 입원보험금을 포함해 모든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처럼 보험사와 분쟁이 생기면 손해사정사를 무료로 선임할 수 있는 제도가 지난 2019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혜택을 보는 이는 소수다. 이런 제도가 있는 줄 모르는 고객이 대다수인 데다, 실손보험금과 진단비·수술비·후유장해 등 또 다른 정액 담보 보험금이 동시에 청구되면 제도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손해사정은 보험사가 고객이 청구한 보험금이 적절한지 조사하는 업무를 뜻한다. 통상 고객이 제출한 서류만으로도 보험금 지급 결정이 난다. 하지만 보험금 청구가 과하다고 판단되면, 보험사는 손해사정사에게 위탁해 현장조사를 진행한다. 고객의 진단명과 치료 방법을 자세히 조사해 과잉의료가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다.
문제는 현장조사에 나서는 손해사정사 대부분이 보험사의 자회사나 보험사와 계약관계로 이뤄진 업체 소속이라는 점이다. 보험사 의뢰를 받아 현장조사에 나서게 되면 보험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결국 보험사에 유리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큰 것이다. 최근 5년 동안 금융소비자 민원 중 손해사정 업무에 해당하는 ‘보험금 산정·지급’ 민원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 당국은 2019년부터 손해사정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며 독립 손해사정사 무료 선임 제도를 시행했다. 고객이 보험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임해 손해사정 업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고, 그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고객은 현장조사가 진행된다는 통보를 받은 뒤부터 3영업일 이내 손해사정사를 선임해 이 사실을 보험사에 알리면 된다.
하지만 이용률은 ‘제로’에 가깝다. 지난해 생명·손해보험사에 접수된 독립 손해사정사 선임 요청은 548건이었다. 현장조사 건수는 공식적으로 공개돼 있지 않지만, 업계에선 매년 20만~40만건으로 알려져 있다. 제도를 이용한 비율이 0.2%에 불과한 셈이다.
손해사정사를 무료로 선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험사가 고객에게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규정이 변경됐지만, 효과는 미비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한 손해사정사는 “안내 문자에 너무 많은 정보가 담겨 있어 고객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라며 “고객은 현장심사가 진행된다고 인지할 뿐 손해사정사를 별도로 선임할 수 있다고 알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실손보험금 청구에 한정해서만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손보험금과 진단비·수술비를 함께 청구하는 복합청구와 관련해선 손해사정사를 무료로 선임할 수 없다.
업계는 독립 손해사정사 무료 선임 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고객 친화적인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독립손해사정 업체인 어슈런스의 염선무 대표는 “현행법에서 고객이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내용이 이미 반영돼 있지만, 추상적이고 허점이 많아 제대로 시행이 되지 않고 있다”라며 “실손보험금 복합청구까지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손해사정사 선임 가능한 기간을 현행 3영업일에서 더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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