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소매판매도 예상 수준을 밑돌면서 미국 3대 증시가 모두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도 다시 치솟았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고 밝혔다. 월가의 전망치(0.4% 상승)를 살짝 밑돌았다. 월간 CPI는 작년 10월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둔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연간 기준 미국의 CPI는 3.4%로 예상됐다.
금리 정책의 참고 지표인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6% 각각 상승했다. 이는 2021년 4월 이후 3년 만에 나타난 최저 기록이다.
이달의 핵심지표로 예상된 4월 소매판매(계절 조정 기준)도 전월과 같은 수준(0.0%)을 기록해 7052억 달러로 집계됐다. 시장 전망치(0.4% 증가)를 밑돌았다.
CNBC는 이를 두고 “소비자가 가격 인상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소매판매 저조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보면 온라인 영수증 매출이 1.2% 감소했고 스포츠용품과 관련 매장은 0.9% 줄어들었다. 프린시플 자산운용(Principal Asset)의 시마 샤(Seema Shah)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예상보다 부진했던 소매판매 수치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소비자 지출 냉각은 좋지만 더 깊은 둔화로 전환한다면 시장이 반기지 않을 경제 문제의 예고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나홀로 활황을 이어가던 미국 경기에 냉각 신호가 나오면서 연방준비은행(Fed·연은)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해소됐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외국은행연합회 초청 대담에서 “우리가 가진 자료에 근거하면 우리의 다음 조치가 금리 인상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연은이 생각보다 더 오래 현재 금리 수준으로 통화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나친 금리 인하 기대감은 경계했다.
이를 두고 댄 노스 알리안츠 이코노미스트는 “(연은이) 가장 빠르면 9월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파월의 발언은 “‘우리는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신호다. 인플레이션율이 2%에 가깝지 않고 경제는 괜찮으니 ‘우리는 앞으로 수개월간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에 미국 증시는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349.89(0.88%) 상승해 사상 최고치인 3만9908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1.47(1.17%) 올라 5308.15로, 나스닥지수는 231.21(1.4%) 올라 1만6742.39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두 지수 역시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국채금리는 하향세(채권가격 상승)를 보였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전 거래일 대비 1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하락해 4.34%로, 경기 동향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2년물은 9bp 하락해 4.72%로 각각 거래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은 9월 미 연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24.7%로, 25bp 인하할 가능성을 52.7%로 각각 예상했다. 최소 동결 이하로 기준금리의 방향성이 틀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75.3%가 됐다.
이에 관해 마켓워치는 “투자자들이 결국 금리 인하를 기다리는 데 지친 것 같다”고 이번 증시 상승세와 채권 가격 강세를 평가했다. 연은의 금리 인하에 관한 뚜렷한 신호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자산시장 투자 심리가 강해졌다는 평가다.
트웬티포 자산운용(TwentyFour Asset Management)의 대니 자이드 포트폴리오 관리자는 “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발걸음”이라며 채권 시장의 경우 미국 기업 신용이 유럽 기업을 능가하면서 투자 기회가 극적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6월 중 금리 인하를 단행하리라는 전망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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