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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수수료 경쟁, 美도 똑같은데… 유독 韓에서 곡소리 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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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 수수료를 대폭 낮추면서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자, 중소형 운용사가 울상이다. 중소형 운용사는 수수료 인하에 동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초저 수수료로도 이익을 내려면 결국 상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시장 규모가 그 정도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은 시장 규모가 큰 데다, 수수료 외에도 ETF 비즈니스로 따로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중소형 운용사들은 우리나라 영업 환경이 미국에 비해 불리한 만큼 초저 수수료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뉴스1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뉴스1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이 4개 ETF의 수수료를 0.05%에서 0.0099%로 내린 데 이어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도 1개 ETF의 수수료를 0.05%에서 0.0098%로 낮췄다. 순자산총액(AUM)이 적게는 2000억원, 많게는 1조원 규모인 ETF 수수료를 낮춘 것이다. 투자자들이 잘 찾지 않는 상품을 이벤트성으로 인하한 게 아닌 만큼, 두 회사 간 수수료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후발주자들은 수수료 인하에 당장 동참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대표이사가 ‘우리 갈 길을 가자’고 말했다”면서 “대형사가 수수료 인하를 발표한 이후로도 우리 ETF에 자금이 들어오고 있어 일단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운용사간 ETF 수수료 경쟁은 우리나라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최근 미국 운용사간 수수료 경쟁을 벌어진 건 비트코인 현물 ETF였다. 블랙록은 상품 출시 첫 해 혹은 ETF 자산이 50억달러(약 6조5700억원)가 될 때까지 수수료율을 0.1%포인트(p) 할인한 0.2%만 부과받기로 했다.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와 21셰어즈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수수료를 0.8%에서 0.25%로 낮췄다.

‌월가 표지판이 미국 국기를 뒤로 두고 있다.
‌월가 표지판이 미국 국기를 뒤로 두고 있다.

우리나라와 다른 건 이렇게 수수료율을 낮춰도 미국 자산운용사의 부담이 적다는 점이다. 미국은 ETF AUM이 워낙 크기 때문에 싸게 많이 파는 박리다매 전략이 가능하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기준 미국에 상장된 ETF 개수는 3501개로, AUM은 8조8800억달러(약 1경2056조원)이다. ETF 1개당 평균 AUM은 한화로 3조4435억원으로, 우리나라(1664억원)보다 20.7배 크다.

양국 간 ETF 수익 배분 구조도 다르다. 통상 자산운용사는 ETF에 담긴 자산을 그대로 두지 않고 운용한다. 주식형 ETF라면 ETF에 담긴 알주식을 증권사 등에 빌려주고 이에 따른 대차 수익을 챙기는 식이다.

규정상 우리나라는 이 과정에서 생긴 대차 수익을 투자자에게 분배금 형식으로 배분해야 하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다. 이 수익은 오롯이 자산운용사의 몫이다. 덕분에 미국에선 아예 수수료가 0달러인 ETF도 등장했다. 자산운용사는 대차 수익만 추구하겠다는 의도다.

AUM으로도, 제도상으로도 시장은 성숙하지 않았는데 수수료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국내 운용사들은 가랑이가 찢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몸집이 큰 ETF를 보유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초저수수료 ETF를 출시해도 다른 ETF의 수익에서 메우면 된다. 하지만 그 외 운용사들은 그럴 여력이 안 돼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에 업계 시각은 엇갈린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치킨게임으로 삼성과 미래에셋만 살아남으면 시장은 과점 시장이 된다”며 “소수의 사업자가 시장을 주도하면 수수료율은 자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공모펀드가 시장에서 팔리지 않다 보니 여러 운용사가 대체 상품인 ETF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이 중 상당수가 적자를 보고 있는 걸 보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운용사도 있다는 뜻으로, 어느 정도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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