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경영권 분쟁 이후 ‘공동 대표 체제’를 통해 화해 분위기로 접어 들었던 한미그룹 오너 일가가 한달 반만에 갈라섰다.
시장에서는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임종훈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바뀌면서 의사결정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과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공존하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4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송영숙 회장을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송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공동 대표가 단독 대표로 한미사이언스를 이끌게 됐다.
한미사이언스측에 따르면 송 회장 해임 안건은 이사 과반의 동의를 얻으면서 통과됐다. 송 회장은 대표직에선 물러났지만, 임기가 오는 2026년 3월 29일까지인 사내이사 직은 유지된다.
임 사장측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사회 지지로 임 대표 단독체제를 구축하게 됐고, 송영숙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멤버로 남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3월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임씨 형제(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장)측이 제안한 이사 선임안이 절반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되면서 사실상 형제가 경영권을 장악하게 됐다. 경영권을 가져간 형제 측은 지난달 4일 가족 간 화합을 내세우며 모친과 공동경영 체제로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40여일 만에 송 회장을 대표이사 직에서 해임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임시 이사회는 차남인 임종훈 사장이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임 배경엔 임원 인사·상속세 재원 마련 ‘이견’
업계에선 송 회장과 임씨 형제측이 최근 한미사이언스 임원 인사와 상속세 문제로 이견을 보이며 갈등이 깊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대표 체제에서는 임원을 선임하기 위해선 두 대표의 동의가 필요한데, 최근 인사 과정에서 임 대표가 송 회장 측근 임원을 교체를 원했지만 송 회장의 반대로 실패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상속세 재원 마련에 대한 임 대표와 송 회장의 이견차도 거론된다. 현재 한미약품 오너 일가는 주식담보대출과 상속세 미납분 상환을 위해 약 1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송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는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CI그룹과의 통합을 시도했으나 형제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에 최근 임씨 형제측에서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대표와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50% 이상을 글로벌 사모펀드에 매각한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다만 임씨 형제측에서는 “자금 조달은 고려하고 있지만, 50% 이상 지분 매도는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송 회장이 지주사 경영에서 배제되면서 한미약품의 조직개편과 투자 유치 등에는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임씨 형제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1조원을 유치해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하면서 임 형제측이 경영권 분쟁 당시 약속한 1조원 투자 유치 의사결정이 빨라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뚜렷한 상속세 해결 방안을 밝히지 않는다면 지분 매각 의혹은 계속 될 수 밖에 없어 이에 따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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