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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배당 건전성 해쳐”…고려아연 손들어준 운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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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를 주문했다. 고객의 돈을 받아 대신 운용하는 만큼 수탁자의 역할을 다하고,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맡아달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주주총회부터 투자자가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내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방식을 개편했다. 비즈워치는 올해 주총에서 운용사가 의결권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확인해 봤다.

올해 고려아연한마사이언스 정기주총은 창업자 일가의 표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고려아연에서는 몇 년 전부터 영풍그룹 공동 창업자 일가(장씨·최씨)의 지분 경쟁이 이어진 가운데 배당, 정관변경 안건을 놓고 불이 붙었다. 한미사이언스에서는 OCI그룹과 통합에 의견을 달리한 창업자 일가 모녀와 형제간 대결이 펼쳐졌다.

고려아연 주총의 첫번째 쟁점이었던 배당 안건에서는 모든 운용사가 이사회의 손을 들어줬다. 다른 쟁점이었던 정관변경 안건과 관련해선 운용사의 판단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는 모든 운용사가 이사회의 손을 들어주었다. 회사의 경영에 반대하는 주주제안 후보가 이사회에 입성하면 원활한 이사회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고려아연 배당금 모두 찬성…”주주환원 손색없는 수준”

지난 3월 19일 제50기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는 두 가지 안건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첫 번째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건이다. 최대주주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결정한 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금에 반대해 주당 1만원의 결산 배당금을 요구하는 수정동의안을 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기말 배당금이 지난해 1만원보다 줄어들었다면서 배당금을 확대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이사회는 지난해 중간배당으로 주당 1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했으며, 과도하게 배당금을 확대한다면 회사의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배당금을 결정하는 안건인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 승인의 건은 61.4%의 찬성표를 얻어 통과했다. 이사회가 제시한 재무제표가 주총에서 승인되면서 배당금도 이사회가 제시한 1주당 5000원으로 결정됐다.

해당 안건은 국민연금의 찬성표를 받았다. 또 지난해말 기준 주식형펀드 운용자산(AUM) 상위 20개사에 속하는 자산운용사도 전원 찬성표로 의결권을 사용했다.

이사회 배당 안건에 찬성한 운용사들은 현재 수준의 배당금은 주주환원 측면에서 손색없는 수준이고, 과도한 배당 확대는 기업의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회사 안건이 좀 더 중장기적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본 배분으로 더 적합하다고 판단해 안건에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실적 부진과 이익률 하락세를 고려하면 추가 현금 배당이 중장기적 주주가치 상승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2024년 자산운용사,국민연금 고려아연 주주총회 의결권 사용현황

고려아연 정관변경 안건은 찬성·반대 엇갈려

고려아연 주총의 두 번째 쟁점 안건은 주식발행 및 배정과 관련한 정관을 변경하는 건이었다. 고려아연 정관에 따르면 회사는 주주가 아닌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할 때 외국 합작법인에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정관을 고쳐 액면 총액 400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할 때 특정한 자(주주포함)에게 신주인수 청약 기회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

이에 대해 최대주주 영풍은 주주의 핵심적인 권리인 신주인수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안건은 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 정관변경 안건은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를 넘는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별결의 안건이다. 특수관계자 지분을 합해 고려아연 지분 32%를 소유한 영풍이 쉽게 부결시킬 수 있었던 안건인 셈이다.

안건 부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NH-아문디·삼성액티브·트러스톤·한국투자밸류운용은 해당 안건에 찬성 표결을 했다. 국민연금도 찬성했다. 이사회가 주장한 대로 정관을 바꿔도 영풍의 주장처럼 주주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투밸류운용은 고려아연이 제시한 개정안은 다수의 상장회사가 준용하고 있는 상장회사 표준정관과 동일하고, 영풍 또한 지난 2019년 3월 정기주총을 통해 동일한 정관 개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풍이 우려하는 주주권 희석에 관해서는 기존과 같이 배정 한도를 400억원으로 유지했으므로 회사 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를 우려할 만한 특별한 문제점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트러스톤운용도 정관변경의 주요 골자는 신주의 배정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현행 법령에 부합하도록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것이며, 주주 권리 희석 우려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찬성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반면 다른 운용사들은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주주 권리 희석 우려가 있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베어링운용은 정관 개정시 발행 가능 규모가 현재 발행 주식수의 38%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주주가치 희석이 상당히 우려되는 의안으로 판단했다. 미래에셋운용도 특수한 지배구조를 고려할 때, 제3자배정 신주발행 대상의 확대는 일반주주의 이익과 무관한 경영권 보호 목적으로 이용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며 반대했다. 총수일가 표 대결 한미사이언스… 모녀 지지한 운용사

지난 3월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주총에서는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과 관련한 총수 일가의 표 대결이 진행됐다.

올해 초 한미사이언스는 OCI홀딩스가 회사의 지분 약 27%를 7702억원(현금 5175억원, 현물출자 2527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의 통합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임종윤·종훈 형제는 이러한 계획에 반발하면서 한미사이언스를 대상으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형제는 한미그룹 경영 복귀를 위해 본인들을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후보로 제안하는 주주제안권을 사용했다. 이와 함께 이사회 다수의견 확보를 위해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와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함께 올렸다.

이를 막아야 하는 형제들의 모친 송영숙 회장 측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를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또 최인영 한미약품 전무를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이사,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학과장, 박경진 명지대 경영대학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수많은 이사 후보가 주총에 올라왔지만 한미사이언스 정관은 이사회 정원을 10명으로 정하고 있어 6명만 추가로 선임할 수 있었다. 이에 한미사이언스는 주총 투표에서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한 후보 중 득표가 많은 순서대로 이사회에 진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양측이 확보한 지분은 송영숙 회장측 32.95%, 임종윤 사장측 25.86%로 송 회장이 근소하게 앞섰다. 그러나 지분 12.54%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종윤 사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임 사장이 앞서게 됐다. 이후 지분 7.91%를 가진 국민연금이 송 회장을 지지하면서 상황은 다시 복잡해졌다.

주주총회 전날까지 확보한 표면적인 우호 지분은 송영숙 회장 측이 더 많았으나 투표 결과는 임종윤 사장의 승리로 끝났다.

다만 자산운용사들은 대부분 송영숙 회장측을 지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말 기준 주식형 펀드 AUM 상위 20개사에 속하는 자산운용사 중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가진 운용사의 의결권 사용 내역을 확인하면 모두 이사회 측 후보에 찬성표를 던졌다.

2024년 자산운용사,국민연금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의결권 사용현황

운용사들은 이사회 추천 후보에 찬성한 이유로 원활한 이사회 운영을 꼽았다.

미래에셋운용은 회사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일반 주주의 중장기적 주주가치를 위해서는 원활한 이사회 운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주주제안 후보가 이사회에 선임되는 경우 이사회 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주제안 후보에 반대했다.

마이다스운용은 OCI그룹과의 통합을 앞두고 일반 주주의 중장기적 주주가치를 위해서는 원활한 이사회 운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에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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