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는 대표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현실과 원·하청 간 분열을 유도하는 법률 재검토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가 요원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표직을 기피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범죄자로 낙인찍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1월 27일 중처법 시행 이후 지난달 8일까지 15건 판결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형량도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달 중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산 모 자동차부품 업체 대표이사는 울산지법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현재까지 중처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 중 형량이 가장 높다. 중처법 위반으로 처음 실형을 선고받은 한국제강 대표도 1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상급심에서도 한국제강 대표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지난해 형이 확정됐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표가 하지 않은 행위까지 범죄로 몰아 형벌을 가하는 것”이라며 “나쁜 의도를 갖고 한 행동이 아닌데도 단지 회사 대표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받는 것에 대해 대표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대안만 있다면 대표직을 내던지고 싶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역량이 부족한 중소·영세기업들에 추가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허공에 메아리만 울리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처법 헌법소원과 함께 중처법에 명시된 ‘1년 이상 징역형’을 ‘7년 이하 상한형’으로 처벌 방식을 개선하고, 사업주가 지켜야 할 의무를 구체화해 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에서조차 여소야대 상황에서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는 인식 아래 무력감만 퍼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주 4일제 또는 주 4.5일제 도입 기업 지원책이 22대 국회 개원이후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중소기업계 숙원인 가업승계마저 손사래 치는 분위기다. 아들·딸에게까지 힘든 일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기계장비 업체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우리 회사는) 대기업 하청업체지만 다른 기업에는 원청업체이기도 하다”며 “협상 주체가 지나치게 넓어졌다. 모든 회사와 불편해질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하청업체와 교섭이나 노무관계 개선 등 추가로 신경 쓸 게 많아지고 직간접적인 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며 “어떤 식으로든 하청업체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주 4일제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법정 노동시간을 주당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줄여 하루 평균 8시간씩 주 4일을 근무하게 하자는 게 골자다.
중소기업계는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한 기업 생산성 저하 등을 우려하면서도, 여소야대 상황에 좌불안석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근로시간 문제는 납기를 맞춰야 하거나 근로자가 더 일하고 싶어하면 노사 자율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중처법 유예 법안은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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