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3년 하자 분쟁 연평균 4300여건 육박
전문 업체 대동하는 입주예정자, “하자 수십건 기본”
“빠듯한 공사비·공기로 날림 공사…감리제도 내실화도 필요”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 사전점검을 마친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서 하자 관련 민원이 크게 제기되고 있다. 하자를 넘어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마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인데, 건설업계에서는 충분한 공사 비용과 기간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하자 분쟁사건 처리 건수는 10년 새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기준 약 2000건이던 하자 분쟁 처리 건수는 2019년부터 올해 2월까지 연평균 약 4300건으로 증가했다.
다음 달 경기도 오산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A씨는 “지난 3월 말 사전점검 때 전문업체를 통해 점검을 진행했는데 약 70건 안팎의 하자가 발견됐다”며 “다른 집은 벽에 금이 가거나 하자 건수가 170개가 넘는 곳도 있더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아파트 가격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데, 하자가 무더기로 발생한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자 분쟁이 증가한 요인 중 하나로 아파트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점이 꼽힌다.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사고를 비롯해 준공 후 빗물이 새고 아파트 외벽이 휘는 등 부실시공 우려가 확산되자, 소비자인 입주예정자들이 사전점검 때 전문업체를 고용해 하자를 확인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자 관련 민원이 증가하자, 국토부에서도 소비자 관점에서 하자 처리 절차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국토부는 사업주체가 사전방문 시 하자에 대한 조치기한을 입주예정자와 협의하는 경우 사용검사 후 180일 이내(중대 하자 90일 이내)에 조치를 완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 중이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과거 출혈 경쟁으로 저가로 수주한 공사비와 빠듯한 공사기간을 지키기 위해 날림 공사가 이뤄지다 보니 부실시공, 하자 발생 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감리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된다. 공사 과정을 감독하는 감리 제도를 원칙대로 엄격히 운영하는 것도 비용 문제로 이어져 부실화된 측면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준공 전 지자체가 필요할 때 점검을 할 수 있도록 법적인 체계를 갖춰놓고 있다. 감리 보고서를 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지자체도 수시로 점검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지자체도 관리해야 하는 건축물들이 많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 보다는 감리 제도를 내실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단 교수는 “부실시공의 요인으로는 빠듯한 공사기간과 공사비용, 불법 하도급, 기능공들의 부족한 숙련도 등이 지적된다”며 “일단은 건설사와 소비자들이 충분한 공사비용과 기간을 보장하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사들이 과거 출혈 경쟁으로 수주를 따냈었는데, 적절한 공사비와 공사기간, 자재값 등 변동 요인 등을 감안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소비자들도 짧은 기간 내 저렴한 가격으로 아파트를 지어달라는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사는 결국 작업자가 하는데, 이들에게 적절한 비용을 주고 잘 관리하는 것이 부실시공 방지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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