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중심 5조1000억원 증가
GDP 대비 가계부채 100% 경계
부동산·위험 자산 투자 ‘경고등’
주춤했던 가계대출이 한 달 만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신생아특례 제도와 대환대출 서비스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확대되면서 가계 빚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은행권의 대출 연체율이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취약 차주의 채무 상환을 위한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부채 잔액은 1103조6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5조100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주택 매매 거래가 늘어난 영향이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4월 이후 계속 증가하다가 올해 3월 1조7000억원 줄면서 1년 만에 꺾였으나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증가폭도 지난해 11월(5조4000억원) 이후 가장 컸다.
한국은행은 가계대출 증가는 주담대 증가폭이 확대되고 기타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말 주담대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해 3월보다 4조5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11월(5조7000억원)에서 12월(5조1000억원)로 증가폭이 축소된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확대된 것이다.
주담대 잔액 증가는 봄 이사철 영향과 함께 최저 1%대 금리로 주택자금을 빌릴 수 있는 신생아특례대출 신청이 급증한 데 기인한다. 신생아특례대출 신청금액은 출시 3개월 만에 5조원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시기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1월에 3만1000호, 2월 3만호, 3월 3만9000호 등으로 늘었다. 그동안 주택도시기금 자체 재원으로 집행해 통계에 반영되지 않던 디딤돌·버팀목 자금 대출 등이 반영된 영향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 매매거래 증가, 주택도시기금 정책대출 은행 재원 공급분 확대 영향으로 주담대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은행의 주담대 뿐만 아니라 신용대출도 덩달아 증가했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신용대출 잔액은 102조805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4000억원 늘었다. 고금리 장기화가 지속되면서 신용대출이 꾸준히 감소해왔지만 다시 증가세로 전환된 것이다.
이는 금리인하 기대감과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함께 자본시장이 반짝 되살아나면서 공모주 청약 등 마이너스통장 등으로 ‘머니무브’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증가하면 유동성이 확대돼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과다하면 원리금 상환부담으로 오히려 소비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 소비 위축은 개인사업자 뿐만 아니라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과도한 빚으로 인해 연체의 늪에 빠지는 이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실제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0.26%에서 0.28%로, 같은 기간 기업대출 평균 연체율은 0.28%에서 0.33%로 올랐다.
이런 와중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다시 100%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올해 1분기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년여 만에 100% 이하로 떨어진 98.9%를 기록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2020년 3분기(7~9월) 100.5%에서 2022년 1분기 105.5%까지 오른 바 있다.
지난해 8월 이창용 한은 총재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가면 경제 성장이나 금융 안정을 제약할 수 있다”며 “현재 100%를 넘는 비율을 90%를 거쳐 점진적으로 80%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은 1차 목표를 이뤘으나 100% 경계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GDP 증가율 내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 지속, 주택시장 회복 가능성 등으로 인해 향후 가계대출 증가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가계부채를 명목 GDP 성장률 이내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취약차주에 대해선 채무조정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도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정책 프로그램과 시장경고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현열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체차주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 확대는 재원의 낭비와 차주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여지가 있다”며 “효율적인 재원 분배를 위해서는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조정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신용교육 등 정책에 대한 주기적인 성과 평가 및 그에 따른 프로그램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권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차주의 부실 위험과 금융기관의 거시건전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며 “향후 가계부채 관리 및 금융안정성을 위해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선제적 지침을 통해 주택구입 및 위험자산투자의 위험성에 대한 시장 경고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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