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예고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손실이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브리지론에 대한 평가체계를 강화한 만큼, 해당 대출 비중이 높은 중소형사들을 중심으로 충당금 적립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2조원 미만 증권사들 중에선 교보증권과 SK증권, BNK투자증권의 리스크가 높은 상태인데, 이들 회사 모두 브리지론 비중이 35% 이상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내놓으면서, 증권사들의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에 대한 객관성과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정상 사업장은 지원하고 부실 사업장은 경·공매 등을 통해 정리를 본격화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금융당국은 사업성 평가대상을 확대하고, 등급과 기준을 세분화한다는 구상이다. 기존에 본 PF와 브리지론 중심으로 해왔던 사업성 평가대상에 토지담보대출(토담대)과 채무보증, 새마을금고를 포함했다. 평가등급도 현행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했으며, 평가기준에는 브리지론에 대한 내용을 별도로 신설했다. 경과 기간별 토지매입, 인허가 현황, 본 PF미전환 기간, 수익구조, 만기연장 횟수, 연체여부 등의 내용들이 담겨있다.
업계에선 이번 개선 방안이 브리지론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에게 상대적으로 큰 손실을 안겨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브리지론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은 충당금 적립 규모에 대한 모니터링 필요하다”며 “PF 사업장 사업성 평가기준 세분화 및 경·공매 진행에 따른 충당금 적립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평가기준 개선 방안은 브리지론 및 토지담보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금융사들에 대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대형사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충당금 적립에 따른 손실 인식을 피할 순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브리지론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의 손실이 더 클 수 있단 얘기다.
실제 중소형사들은 대형사 대비 위험수준 브리지론 비중이 높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 부동산 PF 익스포져 중 브리지론 비중이 전체의 35%(10조6000억원)인데, 46%(4조8000억원)가 위험수준 ‘높음’ 이상이다. 이중에서 중소형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73%(3조5040억원)에 달한다.
자기자본 2조원 미만 기준으로 SK·교보·BNK투자증권의 비중이 높았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각사의 PF 익스포저 중 브리지론은 각각 43%, 40.9%, 35% 이상이다. 변제순위상 중·후순위 비중 또한 71%, 62.4%, 90% 이상 수준이었다. 업계에서 이들 회사들의 수익성 저하를 우려하는 이유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들 회사 모두에게 ‘질적위험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으며, PF우발채무 현실화로 인한 재무부담 증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부동산 PF 손실로 이어져 증권사들의 수익을 줄일지라도, 당초 우려했던 금융 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막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금번 정책에 따른 부동산 PF 재구조화·정리로 인해 부동산 PF 사업장에서의 관련 손실 인식은 불가피할 것이지만, 제2금융권 전반으로 부실이 확산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