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본질 규제하는 나라 없다”…쿠팡 VS 공정위 갈등 확전
쿠팡, 한기정 공정위원장 직격
잇단 불복소송 패소…자존심 구긴 공정위
공정위 역린 건들였단 해석도
쿠팡 천하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의 공세로 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 칼날이 쿠팡을 향하면서다. 일각에서는 소송 패소 등으로 자존심을 구긴 공정위의 역린을 쿠팡이 또다시 건드린 데 따른 후폭풍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15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말 전원회의를 열고 쿠팡에 대한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상품 검색 기본 설정인 쿠팡 랭킹순에서 사전 고지한 랭킹 산정 기준과 무관하게 자사브랜드(PB) 상품을 상단에 노출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부당하게 유인했다고 판단하고 심사보고서 상에 법인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쿠팡 PB상품은 자회사 씨피엘비(CPLB)에서 맡고 있다. CPLB는 탐사(생활·반려동물), 곰곰(식품), 코멧(생활용품), 캐럿(패션), 홈플래닛(가전), 베이스알파에센셜(의류·잡화), 비타할로(건강·뷰티) 등 다양한 PB를 운영 중이다. 공정위에 이어 국세청이 CPLB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도 최근 이슈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1일 한기정 공정위원장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플랫폼 규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본격화됐다. 한 위원장은 “쿠팡 등 플랫폼 불공정거래를 규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쿠팡은 입장문을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은 “공정위가 사건의 본질을 PB 자사우대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전 유통업체에서 이뤄지는 상품 진열 방식을 문제 삼고 있다”며 “이러한 유통업의 본질을 규제하는 나라는 세계 어느 곳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쿠팡은 근래 공정위와 사사건건 각을 세우고 있다. 공정위가 올해 2월 쿠팡 PB 상품을 하도급업체에서 위탁 제조하는 과정에서 단가를 허위로 기재한 사실을 적발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7800만 원을 부과하자 쿠팡이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은 바 있다.
업계는 이번 전면전 역시 쿠팡이 공정위의 역린을 건드린 결과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기업 저승사자’인 공정위 조사 결과에 대해 대다수 기업들은 수긍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반기를 들고 나선 쿠팡에 대해 당국이 본보기 차원에서 철퇴를 내렸다는 시각이다. 앞서 2021년에도 공정위는 쿠팡에 33억 원대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쿠팡은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이후 법원은 올해 초 쿠팡 손을 들어주면서 공정위의 자존심에 또 한번 금이 갔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 대관 담당자 상당수가 공정위 출신이고 이들에 대한 전관예우가 이뤄지더라도 쿠팡 요구를 전부 받아줄 수 없는 것 아니겠나”라며 “공정위 조사 결과에 대한 기업들의 불복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쿠팡 대응은 여러 모로 공정위의 자존심을 긁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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