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인공지능(AI) 시장을 놓고 오픈AI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구글이 강점인 플랫폼 생태계를 앞세워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오픈AI가 앞선 AI 기술 측면에서는 맹추격을 하면서도 검색·e메일·클라우드·모바일을 아우르는 구글 플랫폼에 AI 기술을 녹여내 실제 수익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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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 시간)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구글 I/O 2024’를 열고 미국 내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정식 출시와 생성형 AI 제미나이의 구글 서비스 내 통합, 경량형 AI 제미나이 1.5 플래시 등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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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지난해 5월부터 일부 사용자들에게 시범 적용해왔던 생성형 AI 검색(SGE) ‘AI 오버뷰’를 이번 주중 미국 시장에 정식 출시한다. 구글 검색 시 웹 페이지를 찾아주는 데 그치지 않고 생성형 AI가 요약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검색 분야 경쟁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AI 챗GPT 기반 ‘코파일럿’ 검색을 적용한 데 대한 맞불 차원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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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는 지메일·캘린더·웍스 등 구글 앱 전반에도 본격 적용된다. 구글 생태계 내 데이터를 AI가 유기적으로 연결해 개인 비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례로 제미나이가 구글 시트 내 일정을 찾아 캘린더에 저장해주고 e메일을 기반으로 캘린더와 시트를 수정해줄 수도 있다. 에지(온디바이스) AI용 경량화 모델인 ‘제미나이 나노’는 사진·음성 등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멀티모달’ 기능을 더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2억 대 정도로 추산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적용 가능하게 된다.
전날 경쟁사 오픈AI가 GPT-4o를 통해 강조했던 AI 모델 효율성은 구글의 전략에도 녹아 있다. 이날 공개한 경량화 AI 모델인 ‘제미나이 1.5 플래시’는 기존 1.5 프로 대비 응답 속도는 빠른 반면 100만 토큰당 구동 비용은 35센트에 불과하다. ‘제미나이 1.5 프로’와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이다.
유료 구독자들에게 제공되던 제미나이 어드밴스드 기초 모델도 제미나이 1.0 울트라보다 가볍지만 성능은 동등한 1.5 프로로 대체돼 구동 비용과 응답 시간을 줄였다. 대신 1.5 프로의 최대 토큰 수를 200만 개로 2배 늘려 고차원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AI 작동의 기틀이 될 새 반도체도 공개했다. 6세대 텐서처리장치(TPU) ‘트릴리움’은 전 세대보다 성능이 4.7배 개선됐다. 트릴리움은 연말 구글 클라우드에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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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구글의 발표는 새로운 AI 기능을 자랑하기보다는 기존 서비스 안에서 어떻게 AI 기술을 적용할지를 보여주는 데 방점을 찍었다. 구글 AI가 검색과 워크스페이스, 스마트폰 등에서 사용자 편의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세계 최대 검색·플랫폼 기업으로서 구글이 지닌 장점을 십분 활용한 전략이기도 하다.
다만 오픈AI·MS 진영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온 구글의 AI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을 이번에도 떨치지 못했다는 한계는 분명하다. 구글은 이날 최고 성능 AI인 제미나이 울트라 신버전을 공개하지 않았다. 연내 사람처럼 음성과 사물을 인식하고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AI를 내놓겠다는 ‘프로젝트 아스트라’를 소개했으나 전날 오픈AI가 GPT-4o를 발표하며 김이 샜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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