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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vs영풍] ① 둘 사이 높아만 가는 벽…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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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고려아연이 영풍그룹으로부터의 독립을 추진하며 이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 확장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미래 경영 비전 ‘트로이카 드라이브’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사업 투자에 보수적이었던 영풍 아래에서 하지 못했던 투자 전개를 이제서야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그 진의가 확실치 않은 만큼 업계에서는 이들의 다툼에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현재 분명한 점이 있다면 소원해질 대로 소원해진 이들의 관계가 가까워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

15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2027년 4월 준공을 목표로 2000억원을 투자해 인천광역시 송도에 2만9445㎡(약 8922평) 규모로 R&D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올해 설계 투자 승인을 받은 후 내년 말 착공 예정이다.

신규 R&D센터는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이차전지 △자원순환 △미래 기술·소재 △기술연구소 울산 분원 등 5개 그룹과 이를 지원하는 연구지원 그룹으로 구성된다. 그에 맞게 신규 임직원 200여명을 채용하고 그 중 약 50%를 석·박사 학위 취득자로 선발하는 등 전문성도 확보할 예정이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이차전지를 비롯한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고려아연의 이러한 움직임 역시 다소 일반적으로 보이나, 업계에서는 그 이면에 그들의 최대 주주인 영풍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해석한다. 영풍 아래에서는 반대에 부딛치며 신사업 전개를 제대로 못 해왔으나, 최근 독립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이 또한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고려아연은 최근 함께 진행했던 원료 공동구매 및 영업활동, 황산 취급 대행 계약을 끊는 등 영풍과의 거리두기를 진행 중에 있다. 또한 3월에는 함께 근무했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에서 나와 본사를 서울 종로 그랑서울빌딩으로 이전한다고도 밝혔으며, 그룹의 비철제품 수출 및 원재료 구매를 담당 계열사인 서린상사 이사회에 내부 인원들을 배치해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지난 3월 19일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에서 진행된 고려아연 제50회 정기 주주총회 현장. /사진=고려아연.
지난 3월 19일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에서 진행된 고려아연 제50회 정기 주주총회 현장. /사진=고려아연.

업계에서는 이미 고려아연과 영풍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며, 이로 인해 70여년간 이어진 관계가 끊어질 위기에 놓였다 보고 있다. 지난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영풍그룹을 설립한 이후 이들 일가는 공동으로 그룹을 경영하며 돈독한 관계를 이어온 바 있다. 고려아연의 경우 최대 주주인 영풍이 소유하기는 했어도 경영권은 최씨 일가에게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갈등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고려아연 측에서는 본디 갈등 요인이 많았으나 지난 2월 19일 이사회를 열면서 배당과 자사 정관변경 등을 두고 영풍이 공격적으로 그들을 몰아붙였다 말한다.

특히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영풍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 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하며 갈등이 격화됐다는 것이 고려아연의 입장. 지난해 9월 고려아연은 현대차그룹의 해외 계열사인 HMG글로벌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액면금 5000원의 보통주식 104만5430주를 신주 발행한 바 있는데, 영풍 측에서 당시에는 아무런 대응이 없다가 이제서야 소를 제기한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우호지분 확보 등을 견제하며 영풍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노리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은 저희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것은 물론 제3자인 HMG글로벌에게까지 부담을 줬다. 저희뿐 아니라 중요한 파트너까지 건든 것”이라며 “끝장을 보자는 식으로 나온 만큼 더 이상 공동영업이나 판매를 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본다. 법적 대응까지 한 주체와 그러기 어렵지 않겠나. 몇 달 동안 공격을 계속 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더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영풍에서는 해당 유상증자 건으로 지분율이 역전되며 의결권이 위협받는 상황에 놓인 만큼 소를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측에서 지분을 사고파는 것은 자유지만, 인위적으로 지분을 늘려 본인들의 의결권 주식 수를 늘리고 영풍의 지분 희석 및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영풍 관계자는 “작년 10월 현대차에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하면서 지분율 역전이 일어났고, 갈등이 발생했다. 저희 측은 지분이 희석된 만큼 추가로 사들인 부분이 있어서 3월 주총 기준 32%가량을 보유 중이다”라며 “(이러한 고려아연의 움직임은) 사업제휴 목적이라기보다는 우호주 확보 성격이 강하다 봤고, 이에 신주발행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이후 고려아연이 반발했는지 본사 이전 및 공동으로 해왔던 원료 구매 등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사진편집=데일리임팩트
(왼쪽부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사진편집=데일리임팩트

고려아연이 3세 경영에 돌입하며 이전 대비 다소 급진적으로 변한 경영 철학에 장형진 영풍 고문 등이 반대하며 둘 사이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의견도 있다. 양측은 2세까지만 하더라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조로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가져가고자 하는 성향을 띄었는데, 최윤범 회장을 시작으로 고려아연이 급진적인 투자성향을 띄게 된 것에 대해 장 고문을 비롯한 영풍 측의 반발이 있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이 주장이 맞다면 영풍의 방해로 신사업 추진이 어려웠다는 고려아연의 주장도 맞게 되는 셈.

하지만 영풍에서는 고려아연의 신사업 진행을 막은 적은 없으며, 리스크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무리한 사업을 벌이는 것에 대해 우려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신사업에 신중하게 뛰어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분야에 동시다발적으로 진출하면서 주주들의 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기에 최대 주주로서 마땅히 지적해야 할 부분을 지적했다는 것.

영풍 관계자는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익으로 연결된 부분이 하나도 없다”라며 “이차전지 분야에서는 동박, 니켈, 미국 폐자원 재활용업체 등에 투자했는데 동박은 작년 말까지 시제품 생산한다고 해놓고 몇천억을 투자했으나 감감무소식이다”라며 “일반 주주도 주가가 떨어지면 항의를 하는데, 최대 주주로서 아무리 간섭을 안 한다 해도 이런 건 당연히 지적을 해야 하는 부분 아니냐”라며 맞섰다.

여기에 본디 2대인 장 고문과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까지만 하더라도 양측의 사이가 좋았으나, 3대 최윤범 회장과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는 모두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돌아온 만큼 선대가 그랬던 것처럼 함께 교류하며 관계를 돈독히 할 기회가 없었던 것 역시 이와 같은 갈등의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장씨 일가에 비해 다소 불명확한 최씨 일가의 승계 구도가 고려아연을 급하게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존재한다. 실제로 장씨 일가의 경우 장 고문 이하 자녀 3명 이외에는 후계자가 없는 만큼 다소 그 구성이 명확하고, 장 고문의 조카인 장철진 씨의 아들이 영풍 계열사 임원으로 재직 중이긴 하나 영풍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씨 일가는 2세에서 고려아연 담당만 3명이고, 3세로 넘어가면 인원이 2배로 증가한다. 영풍과 달리 지분이 계속 쪼개지며 손실된다는 이야기다”라며 “앞으로 상속이 이어질수록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이를 굳이 들고 있을 필요가 없고, 현금화하려는 욕구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분 매각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래서 세월이 가기 전에 이 대에서 뭔가 행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을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데일리임팩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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