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거래량이 반등해 4000건대를 넘어섰고, 강남권은 물론 강북권에서도 신고가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집값 바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아파트 구매 심리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아직 시장에 나온 매물 적체가 해소되지 않고 있고, 금리 등의 변수가 여전한 만큼 시장이 전체적으로 반등세를 보이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08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1년 7월(4680건) 약 3년 만에 가장 많은 거래량으로, 3월 기준으로 월 거래량이 4000건대를 넘긴 것은 2020년 4420건 이후 4년 만이다.
아직 집계 마감이 남은 4월 거래량도 이미 7일 기준으로 2700건을 넘어섰다. 거래 신고가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3월과 비슷한 건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3월과 4월 매매거래량이 4000건대를 넘어선 건 2022년 1월 이후 처음이다. 가파른 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 위축됐던 2022~2023년에는 평균 거래량이 3000건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거래량은 가격 반등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거래량이 예년수준으로 회복하면 집값 반등의 신호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강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 회복세가 더뎠던 강북권에서도 신고가가 속출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직방 조사에 따르면, 최고가 경신 거래가 3월과 비교해 가장 크게 증가한 지역은 성북구로 나타났다. 지난달 성북구에서 신고가 거래는 총 12건으로 전월(4건)보다 3배 가량 늘었다. 이어 중랑구 (3월 6건→4월 10건, 167%) △영등포구(3월 10건→4월 14건, 140%) △노원구(3월 6건→4월 8건, 133%) 순으로 나타났다.
성북구 정릉동 청구 아파트 전용면적 83㎡가 2019년 10월 3억25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지난달 5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 기록을 썼다. 중랑구에서는 면목동 라온프라이빗 전용 68㎡가 4월 9억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5월(8억3500만원) 거래 대비 높은 가격에 손바뀜됐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장아파트 전용 102㎡도 지난 4월 21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작년 3월 기록한 18억8000만원의 가격을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전셋값과 신규 아파트 분양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매매수요를 다시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가격지수는 이달 첫째 주(6일 기준)까지 51주 연속 상승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 IAU 교수)는 “서울 전셋값이 약 1년간 상승하면서 일부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바뀌고 있고, 분양가 부담으로 인해 구축 아파트로 수요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라며 “거래량이 전달에 비해서 꾸준히 늘고 있고, 여러 선행지표들도 우상향하고 있는 상황이라 지금의 회복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전히 예년 수준인 월평균 5000건까지는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고 매물의 적체도 여전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매물 적체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8만5595건으로, 연초 7만3929건 대비 15% 넘게 증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실수요자 위주로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집값이 바닥을 다지며 쌓였던 매물이 소화되면서 거래량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아직 거래량이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고금리 기조 속 금리인하 불확실성도 여전해 시장이 크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