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한강변의 노른자 땅으로 통하는 용산구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사업 속도 지연과 공사비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사비 인상뿐 아니라 시공사와 갈등, 시공사 선정 및 인허가 절차 지연 등으로 진행이 밀리면 이주비 대출이자 등 사업비 부담도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한남5구역 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에 따르면 전날 조합은 대의원회를 개최해 시공사 선정계획 안건을 의결했다. 조합은 오는 20~21일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내고, 이달 말 현장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공사 두 곳 이상 입찰에 참여하면 오는 8월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어 최종 선정하게 된다.
업계는 한남5구역의 1차 시공사 선정이 유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DL이앤씨 외 뚜렷하게 수주 참여 의지를 보여온 시공사가 없기 때문이다. 입찰에 DL이앤씨만 단독 참여하면 유찰된 후 재공고를 내야 해 시공사 선정 일정이 10월 이후로 지연된다.
조합은 최근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에 입찰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구역 내에 ‘모든 건설회사의 입찰 참여를 희망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수주 경쟁이 없을 경우 사업이 지연되고 입찰조건이 불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한남5구역이 잠정 결정한 예상 공사비는 3.3㎡당 916만원으로 높은 편이다. 잠정 총공사비는 1조7580억원 수준이다. 5구역 조합 관계자는 “단지 고급화 비용 등을 반영해 타 현장 대비 공사비를 높게 설정했다”며 “또 우리 구역은 구릉지와 암반지형으로 공사 난이도가 높은 데다, 소형 면적 가구 비중이 높아 공사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2구역과 3구역은 ‘폭풍전야’ 분위기다. 시공사가 공사비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구역은 지난 2020년 현대건설과 3.3㎡당 548만원에, 2구역은 2022년 대우건설과 3.3㎡당 770만원에 계약했다. 이후 공사비가 가파르게 오르며 주요 정비사업장들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업계에서는 공사비 추가 인상이 유력하다고 보는 상황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특히 3구역은 시공사 선정 후 4년이 지났고 현대건설이 타 사업장에서도 공격적으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어 우려가 큰 것으로 안다”며 “이주비 대출이자 등 과도한 사업비 지출을 막기 위해 시와 촉진계획 변경 절차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2구역의 경우 대우건설의 ‘118프로젝트’도 사실상 불가능해져 사업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대우건설은 한남뉴타운 고도제한을 현행 90m에서 118m로 완화해 층수를 14층에서 21층으로 높이겠다고 약속하며 시공계약을 맺은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한남뉴타운 고도제한 완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2구역과 마찬가지로 고도제한 완화를 요구하던 한남3구역은 올해 초부터 이 내용을 제외한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을 시와 협의 중이다.
시공사 선정에 들어간 4구역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이 입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경쟁 강도는 약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남뉴타운 조합 관계자는 “과거 2~3구역 때 건설사간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졌던 것에 비하면 현재는 매우 저조한 수준”이라며 “고금리, 공사비 등 사업비 부담이 크다 보니 수주 참여를 보수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2017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한남1구역은 2022년부터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추진해왔으나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 3월 말 신통기획 후보지 선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1구역 정중앙에 있는 소유주들이 신통기획에 강경하게 반대하고, 구역 내 기획재정부 소유 부지가 있는데 동의 없이 구역을 신청한 점이 문제가 돼 심의 상정 자체가 보류됐다”고 설명했다.
한남뉴타운은 서울 용산구 한남·보광·이태원·동빙고동 일대 111만205㎡를 재개발하는 사업으로, 재개발이 완료되면 총 1만3000여 가구 주택이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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