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홈쇼핑업체들의 1분기 수익성이 모처럼 큰 폭으로 개선됐다. 비용 절감과 상품 포트폴리오 조정 덕분이다. 그러나 TV 시청인구가 감소하면서 ‘본업’인 TV 매출액은 또 뒷걸음질쳤다. TV홈쇼핑 업황 부진이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욱 힘을 얻으면서 이제 홈쇼핑업체들은 TV를 대신할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TV 매출 ‘뚝’
CJ ENM 커머스 부문(CJ온스타일)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9.7% 증가한 26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전년보다 10.0% 늘어난 347억원을 나타냈다. 현대홈쇼핑도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2955억원, 영업이익은 206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1.0%, 15.1%씩 늘었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세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액은 2275억원으로 전년보다 1.6%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57.9% 늘어난 98억원을 기록했다. GS리테일의 GS샵 역시 매출액은 전년보다 4.8% 감소한 2763억원에 머물렀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 늘어난 3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홈쇼핑업체의 수익성 개선은 대체로 비용 효율화, 그리고 패션 등 고마진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한 덕분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과 달리, 취급고는 여전히 감소세를 이어갔다. CJ온스타일의 1분기 취급고는 전년보다 2.5% 감소했다. GS샵과 현대홈쇼핑의 취급고는 각각 6.4%, 4.8%씩 줄었다. 롯데홈쇼핑의 1분기도 취급고도 5.4% 하락했다.
취급고 감소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TV홈쇼핑, 즉 방송의 영향이 컸다. 각 업체들의 전년 대비 1분기 방송 취급고 감소율을 살펴보면 GS샵이 13.6%로 가장 컸다. 이어 CJ온스타일(-7.8%)과 현대홈쇼핑(-7.4%) 순이었다. 롯데홈쇼핑만 1분기 방송 취급고가 약 1.0% 늘었다. 방송 취급고의 감소는 TV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CJ온스타일, GS샵의 1분기 방송 매출액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3.5%, 7.3%씩 줄었다.
TV홈쇼핑의 부진은 수년째 지속하고 있다. TV 시청인구가 줄어서다. TV홈쇼핑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개 홈쇼핑사의 합산 취급고는 20조2286억원으로 전년 대비 7.1% 줄었다. 2022년의 취급고 감소율(0.7%)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방송 매출액의 타격이 컸다. 지난해 7개 홈쇼핑사 방송 매출액 합산은 2조7289억원으로 2012년(3조286억원) 이후 최저치였다.
전체 매출 중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 7개 홈쇼핑사의 전체 매출액 중 방송 매출액의 비중은 2022년 49.4%로 사상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더 줄어든 49.1%까지 내려갔다.
외부 플랫폼으로 영토 확장
이에 따라 TV홈쇼핑사들은 TV 외의 채널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TV홈쇼핑을 통해 쌓은 방송 역량을 모바일 콘텐츠로 확장해 영토를 넓히는 전략이다.
CJ온스타일은 올해를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확장’의 원년으로 삼고 지난달 15일 애플리케이션(앱)의 전면 개편을 단행했다. CJ온스타일이 모바일 앱을 개편한 것은 2021년 TV와 모바일을 통합한 브랜드 ‘CJ온스타일’을 출범한 이래 3년만이다.
CJ온스타일은 신규 앱 화면의 최상단에 1분 안팎의 짧은 콘텐츠인 ‘숏폼’을 배치하고, 고객별 영상 시청 데이터를 분석해 관련 상품의 숏폼을 추천하는 기능도 도입했다. 이와 함께 올해 모바일 라이브 방송 프로그램 편성도 전년보다 70%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모바일 라이브 전용 유튜브 채널을 열고 웹콘텐츠 제작사와의 합작에도 나섰다. 이를 통해 2년 내에 구독자 100만명 이상의 유튜브 채널을 2개 이상 육성한다는 목표다.
GS샵도 지난해 말부터 숏폼 콘텐츠 ‘숏픽’을 선보이고 있다. TV홈쇼핑,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라이브 커머스 채널에서 송출된 상품 판매 영상을 1분 내외로 짧게 편집해 보여주는 콘텐츠다. 현재 매달 약 1500개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GS샵은 숏픽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지난 3월 앱 하단 내비게이션 바 중앙에 배치시키는 개편도 단행했다.
현대홈쇼핑도 유튜브와 같은 외부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4월 유튜브에서 가격 협상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 ‘앞광고제작소’를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2월 진행된 5차 방송까지 누적 조회수가 100만회를 넘어섰다.
또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초 유튜브 채널 ‘훅티비’와 온라인몰 ‘현대H몰’을 연동한 유튜브 쇼핑 기능도 정식으로 도입했다. 유튜브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상품이 영상 소개란에 노출되고, 이용자는 이를 통해 현대H몰 구매페이지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롯데홈쇼핑도 공식 어플리케이션과 유튜브 등에서 숏폼 콘텐츠를 늘리는 중이다. 하나의 상품을 다양한 판매채널에서 선보여 시너지를 내는 ‘원 소싱 멀티채널’ 방식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롯데홈쇼핑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는 재미 위주의 숏폼을, 모바일 앱에서는 상품요약형 숏폼을 선보이는 등 채널별로 콘텐츠 형태를 맞춤화 하고 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최근 TV 시청자 수가 줄고 있는데다 송출수수료 부담이 커지고 있어 방송 외의 채널로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