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 6년 뒤면 포화…방사성 폐기물 처리 시급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처리 기대…20일 산자위 법안소위 넘어야
여야 전임 지도부 합의했으나 새 지도부 구성 이후 분위기 냉각
최악의 경우 원전 가동 중단 사태 발생…미래 세대 위한 대승적 합의 절실
“화장실 없는 아파트에서 살 수 있어요? 지금 합의해 추진해도 늦은 겁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 여야의 대승적 합의가 절실합니다”
28일 열릴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 포화에 따른 원전 가동 중단 사태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15일 정치권과 정부 등에 따르면 20일 열리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에서 고준위 특별법 합의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국내 원전의 방사성폐기물 처리는 시급한 국가 현안으로 손꼽힌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 발전을 하면 필연적으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를 말한다. 일정 기간 높은 열과 방사능을 배출하기 때문에 밀폐공간에서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방폐장 부지선정 절차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원전 6곳에서 원자로 24기가 돌아가고 있지만 방폐장이 없다 보니 우리나라는 ‘화장실 없는 아파트’로 비유되기도 한다.
고준위 방폐장이 없으니 원전 부산물인 고준위 방폐물은 원전 내에 쌓이고 있다. 1978년 고리원전 1호기 상업 운전이 시작된 이래 국내 원전에 쌓인 고준위 방폐물은 1만8900톤에 달한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0년부터 차례대로 임시 저장 시설도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된다.
6년 뒤면 고준위 방폐물을 처리할 수 없어 순차적으로 원전이 멈출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영구 처분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내용의 고준위 특별법 제정안은 여야 모두 발의, 양측 모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시설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고준위 특별법이 제정돼도 원전 내 중간 저장시설을 설치하는 데만 최소 7년에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과 건설에 최장 37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특별법 제정은 시급을 다툰다.
지난달 총선 이후 여야 지도부가 이견을 좁히며 합의 가능성을 키워 이달 2일 본회의 고준위 특별법 상정까지 기대됐으나,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자위에서 법안 처리가 지연돼 끝내 합의가 이뤄지진 않았다.
문제는 여야 새 지도부 구성으로 양당의 전임 지도부 간 합의가 힘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 새 원내대표가 13일 첫 만남에서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며 채상병 특검법과 원 구성 협상 등을 둘러싸고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희망은 하나다. 채상병 특검법 등 쟁점 법안의 첨예한 대립과는 별도로 민생을 위한 시급을 다투는 산업 법안은 합의를 이뤄내는 정치권의 모습이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특별법 제정이 늦어지면 원전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사성 폐기물은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해 온 에너지에 대한 청구서이며, 이를 계속 모른 척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여야 대립을 떠나 미래 세대를 위한 대승적 차원의 합의를 통해 제정안이 통과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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