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여름철 집중호우를 예고하는 봄철 폭우가 올해도 어김 없이 발생하면서 먹거리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폭우에 이른 집중호우가 휴가철을 맞아 수요가 늘어나는 육류·채소류 가격을 자극하면 정부가 목표한 2%대 물가 상승률 수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태풍, 호우 등 여름철 재해에 대비한 농업 분야 예방대책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농촌진흥청, 산림청, 농어촌공사 등 재해대응기관이 참석한 이날 회의는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에 따른 농시설·농작물 피해 방지와 취약 시설·지역에 대한 특별점검 추진 상황 점검을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6월 말까지를 특별점검 기간으로 정하고 최근 3년간 피해가 발생한 과수원과 시설하우스 7629개소 배수로, 시설 결박 등을 점검한다. 취약 축산시설 1221개소도 배수로 정비와 위험 요인 제거 여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최근 이상고온이나 폭우 등 극단적인 날씨가 농산물 생산에 악영향을 미치며 가격이 널뛰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전체 과일 가격을 끌어올린 주범인 사과와 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봄철 발생한 이상저온에 이은 여름철 집중호우로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올해 기상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한 지난달은 역대 가장 더운 4월로 기록됐다. 여기에 최근 어린이날 연휴 기간에 내린 집중호우로 제주 한라산에 950㎜, 전남과 경남 지역에는 260㎜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지며 농경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3도 높아진 걸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꼽는다. 고온의 해수면에서 발생한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는 더운 공기와 만나 더 강한 비구름을 형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현상이 올여름에도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국지성 폭우가 자주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름철 집중호우는 최근 2~3년간 반복되며 심화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여름철 엽채류 주산지인 충남 지역에 내린 폭우 영향으로 상추, 깻잎 등 가격이 일주일 새 두 배 넘게 올랐고 축사 침수 피해까지 발생하며 돼지고기, 소고기 가격도 강세를 나타낸 바 있다.
여름철 물가는 폭염 등 기온 변화보다 강수량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최근 20년간 표준화 값을 기준으로 강수량이 과거 추세 대비 100㎜ 늘거나 감소했을 때 물가 상승률은 0.07%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월평균 기온 표준편차를 기준으로 기온이 과거 추세 대비 10도 상승하거나 하락했을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4%포인트에 그쳤다. 이상기후는 대부분 신선식품 가격 상승을 통해 전체 물가에 영향을 미쳤다.
날씨가 정부 물가 정책에 변수로 부상하면서 농식품부 등 주무 부처 시선은 오는 23일로 예정된 기상청 여름철 날씨 전망에 쏠리고 있다. 농식품부는 기상청 예보를 바탕으로 올 10월까지 여름철 재해대책 상황실을 운영하고 재난대응기관과 공조 체계를 유지하면서 24시간 재해 대비 상황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승희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 “지구온난화로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집중호우, 가뭄 등 기상 여건이 빈번하게 바뀌고 변화 강도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단기적인 물가 불안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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