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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분산’ POSCO홀딩스, KT&G 주총…운용사 선택은

비즈워치 조회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를 주문했다. 고객의 돈을 받아 대신 운용하는 만큼 수탁자의 역할을 다하고,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맡아달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주주총회부터 투자자가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내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방식을 개편했다. 비즈워치는 올해 주총에서 운용사가 의결권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확인해 봤다.

올해 소유분산 기업 중에서는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다룬 POSCO홀딩스KT&G 주총에 이목이 쏠렸다. 대표이사의 자격에 대해 여러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자산운용사들은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서 특별히 반대표를 내지 않았다.

반면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서는 반대의견을 적극적으로 낸 운용사가 있었다. ‘호화 해외 출장’ 논란으로 인한 POSCO홀딩스 사외이사의 자격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또 전원 회사 측 인사로 구성된 KT&G 이사회 견제를 위해 주주제안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대부분 운용사는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서 반대를 권장해도 찬성표를 주로 던졌으며, 집중투표제를 진행한 KT&G 주총에서도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의결권행사 가이드라인 따르지 않은 대다수 운용사

지난 3월 21일 열린 제56기 POSCO홀딩스 정기주총에서는 ‘미공개 정보 이용’과 ‘호화 해외 출장’ 논란이 크게 작용했다.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후보자의 배임 의혹이 불거지며 이사로서 자격이 없다는 의견이 들끓었다.

지난 1월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회사의 2020년 4월 1조원 규모 자사주 취득 결의에 앞서 장인화 대표이사 회장 후보(당시 대표이사 사장)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사주를 매입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며 장 대표를 고발했다.

또 POSCO홀딩스 이사회는 지난해 8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회의를 개최해 5박 7일간 총 6억8000만원을 사용하고 비용을 자회사에 부담하도록 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당시 이사회 구성원인 유영숙·권태균 사외이사가 올해 주총에서 사외이사 후보로 올라왔다.

이에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이들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하는 뜻을 내기도 했다. 재임 중 호화 이사회 논란이 생겼는데 과거 사외이사 활동이 독립적이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점에서다.

다만 실제 주주총회 결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 이외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국민연금과 다르게 일부 운용사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자산운용사와 국민연금의 2024년 POSCO홀딩스 주주총회 의결권 사용현황

비즈워치가 주식형펀드 운용자산(AUM) 상위 20개사(작년말 기준)에 속하는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사용 내용을 분석한 결과, 유영숙 사외이사 선임의 건에서 미래에셋·삼성액티브·신한·이스트스프링·키움투자·NH-아문디자산운용은 반대의견을 냈다.

반대의견을 낸 운용사의 의견을 취합하면 유영숙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한 이유는 △이해 상충에 의한 독립성 훼손 우려 △의무 미이행 우려 △자산운용사 의결권행사 가이드라인 위배 3가지였다.

미래에셋운용은 유영숙 사외이사 후보가 2021년 1월까지 포스코가 전액 출연해 설립한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의 비상임이사로 재임했기에 이해 상충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표를 던졌다. 삼성액티브운용, NH-아문디운용도 같은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이스트스프링운용과 키움운용은 자산운용사의 의결권행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반대의견을 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당해 회사에 사외이사로 연속 재임하는 연수가 7년을 초과하면 독립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해 반대를 권고한다.

이스트스프링운용은 유영숙 후보가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면 6년간 사외이사로 재직하게 되지만 포항산업과학연구원 근무이력을 감안하면 총 12년간을 근무하는 것이어서 독립성 측면에 의구심이 존재할 수 있어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운용은 사외이사에게 부당 지원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감시·감독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반대의견을 냈다.

반면 삼성·베어링·브이아이·트러스톤·하나·한국투자신탁·한화·KB·교보악사·마이다스자산운용은 유영숙 후보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결격사유가 없다며 찬성표를 던졌다.

마찬가지로 호화 출장 논란이 있던 권태균 사외이사 선임의 건에서는 신한운용만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으며, 미래에셋운용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신한운용은 유영숙 사외이사와 동일한 이유로 반대했다. 미래에셋운용은 권태균 사외이사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계열회사인 미래에셋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한 점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박성욱 사외이사(감사위원 겸임) 선임 안건에서는 미래에셋·삼성액티브·이스트스프링·키움·NH-아문디운용이 반대표를 던졌다. 반대한 운용사는 박성욱 사외이사가 POSCO홀딩스와 이해관계에 있어 독립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스트스프링운용은 박성욱 사외이사는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데, 한국공학한림원은 POSCO홀딩스로부터 19억원의 자금을 출연받았으며 매년 5000만원의 단체회비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점은 자산운용사의 의결권행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유영숙·박성욱 사외이사는 독립성 훼손 우려로 반대표를 받았어야 했으나 대부분 운용사가 찬성표를 던진 점이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진 트러스톤자산운용도 모든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 의견을 냈다. 다른 소유분산 기업인 KT&G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한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집중투표제 적극적으로 활용 안한 운용사들

지난 3월 28일 열린 제37기 KT&G 정기주총에서는 내부 출신 인사인 방경만 대표이사가 선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주주 IBK기업은행의 견제가 있었다.

기업은행은 소유분산 기업은 이사회의 역할과 견제 기능이 매우 중요하기에 주주들의 의견을 대변할 이사회 구성이 필요한데, 현재 사외이사 6인은 모두 회사 추천 이사로 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주주들에게는 손동환 사외이사를 찬성하고, 이사회가 제안한 방경만 대표이사 선임 외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는 반대해달라고 요청했다.

플래쉬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도 의견에 힘을 보탰다. 이상현 FCP 대표는 기업은행이 추천한 손동환 후보에 대해 “망가진 KT&G의 거버넌스를 바로 잡을 독립적인 인물로 보인다”며 “그가 판사 시절 보여줬던 소신과 강단을 볼 때 현 사외이사들처럼 경영진에 휘둘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손동환 사외이사의 이사회 진입을 위해 스스로 사외이사 후보자를 사퇴했다.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을 집중투표제로 실시하기로 했는데 표를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해서다. 집중투표는 후보자 한 사람에게 의결권을 몰아서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상현 후보의 사퇴로 주총에 올라온 이사 후보자는 △방경만 대표이사 △임민규 사외이사 △손동환 사외이사 3명으로 정해졌다. 이 중 2명의 이사를 선임하기로 했으므로 주주는 2배로 늘어난 의결권을 한 후보에게 몰아주거나 3명 후보에게 나눠 줄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전략은 유효했다. 손동환 후보가 임민규 후보를 누르고 KT&G 이사회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도 손동환 후보 선임에 찬성했다.

자산운용사와 국민연금의 2024년 KT&G 주주총회 의결권 사용현황

자산운용사의 의결권은 나눠진 모습을 보였다. 이사회 측 후보 혹은 주주제안 후보를 지원한 운용사도 있었으나 3명 후보에 골고루 투표한 운용사도 있었다.

유일하게 주주제안 후보인 손동환 사외이사에 몰표를 준 운용사는 트러스톤운용이었다. 트러스톤운용은 방경만 대표이사와 임민규 사외이사 후보의 결격사유를 발견하지 못해 모두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의결권은 1표도 행사하지 않았다. 이사회를 견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손동환 사외이사에 모든 의결권을 몰아줬기 때문이다.

방경만 대표이사와 손동환 사외이사에 1표씩 나눠 낸 운용사는 미래에셋운용과 NH-아문디운용 두 곳이었다.

미래에셋운용은 공정거래법, 소비자기본법 등 경제법 전문가인 손동환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합류하면 관련 규제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경영판단을 하도록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서 손을 들어줬다.

반면 삼성·교보악사·베어링·키움·한투·한화자산운용은 이사회가 제안한 임민규 사외이사 후보를 지원했다.

베어링운용은 손동환 사외이사가 결격 사유가 없고 현 이사회 견제라는 측면에서 안건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주주제안의 출처가 기업은행이라는 점에서 관치 논란이 우려돼 표를 행사하지 않았다.

한화운용과 삼성운용은 기존 사외이사가 이미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손동환 사외이사가 최적의 후보자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며 반대했다.

교보악사·한투운용은 손동환 사외이사의 결격사유를 발견하지 못했으나 집중투표로 2명만 투표가 가능하기에 앞선 안건인 2개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KB운용은 세 후보 모두 결격사유가 없다는 점에서 의결권을 나눠서 찬성표를 냈다. 

이밖에 교보악사운용은 이사 보수 한도가 과도하다는 국민연금과 같은 의견을 내면서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의 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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