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조위 결과 30~65%로 결정
판매사 대표 사례가 전체로 오해받을 수 있어, 은행창구 문의 빗발
은행권 “당국 분조위 결과로 혼란 가중”
투자자, 배상비율 너무 낮아 소송전으로
“투자자들이 대표로 제시된 배상비율을 똑같이 적용해 달라고 요구할까 봐 걱정입니다.”
금융감독원이 14일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발표하자, 은행권과 투자자 모두 혼란에 빠졌다. 공개된 은행별 대표 사례가 자칫 모든 고객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 같은 착시를 야기하면서다.
금감원 분조위 결정은 홍콩 H지수 ELS를 판매한 5개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NH농협, SC제일)에게 투자 손실액의 30~65%를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지난 3월 11일 발표한 ‘ELS 투자자 배상을 위한 분쟁조정 기준안’에 근거해 대표 사례 5건에 대한 배상 비율이다.
배상비율은 기본배상비율에 투자자별 가감점을 고려해 산정한다. 기본배상비율은 적합성 원칙 위반·설명의무 위반·부당권유 등을 고려해 20~40%에서 결정된다
문제는 이날 발표한 은행별 대표 사례에 대한 선입견이다. 금감원은 기본배상비율과 개인별 가감을 통해 은행별로 5가지 배상비율을 예시로 들었다.
판매사별로 보면 농협은행의 배상비율이 65%로 가장 높았다. 이어 국민은행(60%), 신한은행(55%), SC제일은행(55%), 하나은행(30%) 순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주택청약저축을 해지한 돈으로 정기예금에 가입하려 했던 70대 고령자에게 ELS를 판매한 경우다. 해당 사례에 대해서는 적합성 원칙·설명의무·부당권유 금지 위반에 따라 기본배상비율 40%가 적용됐다. 내부통제 부실책임(10%p), 금융취약계층(5%p), 모니터링콜 부실(5%p), 예적금 가입목적(10%p)을 더한 다음 과거 주가연계신탁(ELT) 지연상환 경험(-5%p)를 차감해 배상비율을 65%로 결정했다.
반면, 하나은행의 최종배상 비율은 30%에 그쳤다. 하나은행은 적합성원칙·설명의무 위반에 따라 기본배상비율 30%가 적용됐다. 내부통제부실 책임(10%p)도 가산됐다. 하지만, 과거 가입한 ELT에서 지연상환 경험(-5%p), 특정금전신탁 매입규모 5000만 원 초과(-5%p) 등이 반영되며 최종 배상비율이 대폭 낮아졌다.
금감원은 배상비율이 최대 80%였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때보다 낮아진 배상 가이드 라인이 제시되면서 지지부진한 자율배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예상과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 별 대표 배상비율이 차이가 나면서 타 은행보다 적은 배상을 받게 되는 은행 창구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평균 배상 비율을 발표한 것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장 본인의 배상비율과 차이가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금감원이 제시한 배상비율이 자칫 해당 은행의 배상비율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어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홍콩 ELS 결론을 위해 무리하게 이슈를 끌고 가다 보니 오히려 현장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투자자들은 분조위 결과 배상비율이 너무 낮다며 소송전에 돌입할 태세다. 결국 평행선을 달리는 판매자와 피해자간 합의점 찾기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분조위는 금융소비자가 금융사를 상대로 제기하는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로 분쟁 조정은 투자자와 은행이 조정안을 제시받고 20일 안에 수락하는 경우 성립한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분조위 결정에 반발해 집단소송에 나설 경우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 분조위 배상비율 발표 이후 일부 투자자들은 배상비율이 일괄적으로 낮다며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홍콩ELS 피해자모임 관계자는 “분조위가 내놓은 결론에 대해 투자자 상당수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재 피해자 600여 명이 집단 소송에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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