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쏠쏠하네”…고금리에 ‘빚투’ 부추기는 증권사
작년 대출이자로 번 수익 3조
금리 할인 등 적극 모객 나서
국내 증권사가 지난해 1년간 투자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은 이자로 벌어들인 수익이 3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황이 악화한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익을 다변화하겠다는 취지지만 고금리 시기에 빚투(빚내서 투자)를 자극해 투자자의 채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신용공여로 벌어들인 이자수익은 지난해 말 기준 2조9216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10.4% 증가했다. 액수로 보면 2744억 원 늘었다.
신용공여는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주식을 살 돈을 대출해주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돈을 빌려 주식매수 자금을 융통하는 신용거래융자와 주식을 담보로 현금을 빌리는 예탁증권담보융자 등이 포함된다.
수익이 가장 컸던 곳은 미래에셋증권으로 같은 기간 13.1% 증가한 4611억 원을 기록했다.
수익 증가 폭이 컸던 곳은 △카카오페이증권(2432.9%) △리딩투자증권(232.9%) △메리츠증권(53.0%) △흥국증권(50.3%) △상상인증권(36.7%) 등이었다.
증권사의 이자수익은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 해인 2020년과 비교하면 60% 넘게 늘었다. 2020년 증권사의 신용공여 이자수익은 1조7931억 원 정도였지만 3년 만에 3조 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불어난 것이다.
특히 고금리가 이어지던 지난해 이자수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연 0.50%이던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해 지난해 1월까지 3.50%로 올린 후 유지하고 있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2008년 11월에 기록한 4.0% 이후 역대 최고치다.
이 기간 기준금리가 오른 영향도 있지만, 증권사가 고금리 시기에 적극 빚투를 장려한 영향도 큰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잔고 자체가 늘어나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9조4182억 원으로 지난해 초(16억5311억 원) 대비 17.5% 증가했다. 올해 초(17조5370억 원)와 비교해도 10.7% 늘었다.
증권사는 이자율을 한시적으로 깎아주며 적극 대출 모집에 나서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다음달 28일까지 90일간 신용대출 금리를 연 4.8%로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신한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도 이자율을 한시적으로 깎아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자 할인 이벤트는 초기 비용을 낮춰주지만 정해진 기간이 끝나면 정상적인 이자율을 적용해 투자자의 과도한 채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증시가 하락장이 되면 증권사는 신용공여로 산 주식을 반대매매함으로써 투자자는 원금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 등 영향으로 투자 수요가 늘어났고 이에 맞춰 이자율 할인 이벤트 등으로 편의를 제공하려는 것”이라며 “신용공여를 포함해 여러 수익처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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