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사태 관련 분쟁조정 대표사례가 공개되면서 판매사(은행)와 투자자 간 자율배상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다. 홍콩 ELS를 판매한 은행들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을 받아들이고 이사회를 거쳐 자율배상 실시를 결정했지만 실제로는 제자리걸음인 상황이다.
분쟁조정 대표사례를 통해 배상비율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난 만큼 이전보다 원활한 배상이 가능할 것으로 은행권은 기대하고 있다. 다만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투자자들도 존재해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감원은 분조위를 거쳐 각 은행별로 대표분쟁 사례를 공개했다. 5개 대표사례에 따라 최종 배상비율은 은행별로 30~65%선으로 결정됐다. 당초 금감원은 평균적으로 40~60% 배상비율을 예상했는데 분조위 결정도 이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관련기사: ‘홍콩 ELS’ 은행별 대표사례 배상비율 봤더니…농협 65% 최대(5월14일)
홍콩 ELS를 판매한 은행들은 지난 달부터 선제적 자율배상에 나선 상태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속적으로 은행권을 향해 선제적 자율배상에 나서면 향후 제재 시 참작하겠다는 점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선제적으로 ELS 손실배상과 관련한 충당부채를 1분기 실적에 반영하기도 했다. 가장 많은 규모를 판매한 국민은행은 해당 충당부채로 8620억원을 반영했고 1분기 3895억원으로 순이익이 급감하며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가운데 가장 아래로 내려왔다.
은행들이 ELS 사태를 마무리하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실제 배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선 현재까지 배상을 받은 투자자 일부가 은행 내부직원이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율배상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어느정도 배상이 이뤄졌는지 비율을 산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숫자라 의미가 없다”며 “그나마 협의가 편한 은행 내부직원을 대상으로 배상이 이뤄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은행권에선 금감원 분조위의 대표사례 발표를 기다려왔다. 그 동안에는 분쟁조정기준에 대한 판매사와 투자자 간 입장 차가 컸지만 대표사례를 기준으로 적용 범위와 배상비율을 구체화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 관계자는 “분쟁조정기준이 있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가산과 감산 요인이 자신에게 해당하는지를 두고 은행과 생각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았다”며 “대표사례를 통해 자율배상 협의에 상당한 진척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배상이 마침표를 찍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미 손실을 본 투자자들 중 일부는 금감원 분조위 결과에 강력히 반발하며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표사례가 나왔지만 투자자들이 자신의 사례와 비교해 수긍할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며 “여전히 100% 손실배상을 주장하는 투자자들은 분조위가 발표한 배상비율에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DLF 사태를 보면 소송에 돌입할 경우 지리한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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