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오보다 센 놈 온다” 강동구 입주 물량에 벌벌떠는 하남 전세시장

[땅집고] “서울에 전세 물건이 없으면 여기(하남)로 다 넘어오게 돼있는데 지금은 그런 사람들이 없어요. 막상 왔는데 전세 매물 가격이 서울과 별 차이가 없으니까 다시 서울로 돌아가요.” (하남 미사 망월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서울 아파트 전세금이 51주 연속 상승세다. 1년 넘도록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역대 전세 최고가의 84%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강동구는 입주물량이 몰리면서 서울에서 유일하게 전세 시장이 약세다. 강동구 인근인 경기도 하남시의 전세금도 떨어지는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입주물량이 나오면서 전세 수요자들이 하남으로 이동하지 않고 있다.

하남시 미사역 인근에 위치한 미사역 호반써밋 아파트. 2019년에 입주한 단지로 최고 30층 높이, 총 846가구가 입주해있다. 동에 따라 한강조망이 가능한 단지다. 지하철 5호선 미사역까지는 200m 거리로 역세권 단지다. 39평, 59평, 60평, 62평 등 중대형 평형으로 이뤄진 단지로 미사역 일대에서 거주 선호도가 높다.

이 단지 39평형 전세 매물은 5월 1일에 6억2000만원에 체결됐다. 24층 고층 매물이다. 지난 2월 5~6층 매물이 7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6개월 전인 10월엔 8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이와 비교하면 무려 2억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금이 51주 연속 상승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전세 시장 분위기다.

주변에 다른 단지들도 마찬가지다. 미사강변파밀리에 아파트 34평형은 지난 4월 전세가 5억2000만원에 체결됐다. 지난해 10월 6억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이 단지도 반년새 1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미사역과 연결된 단지인 초역세권 아파트 미사역파라곤 39평 전세는 지난 3월 8억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 전셋값도 직전 달인 2월과 비교하면 5000만원 하락했다. 미사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서울 전세 매물이 없다는 이야기 체감이 되지 않는다”며 “미사는 공급 매물도 많고, 전세를 급하게 찾는 수요도 없다”고 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 등 서울 강동구에 입주물량이 몰리면서 인근인 경기도 하남시의 전셋값도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넷째주(22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하남시 전세가격은 0.08% 떨어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수도권(0.07%)과 경기(0.06%) 평균에 비해 한참 낮았다. 하남시 전셋값은 지난 2월말부터 9주 연속 하락세다. 올 들어 누적 하락률을 봐도 강동구는 0.20% 떨어진 반면 하남시는 0.98% 내렸다.

하남시 전세 매물도 늘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아실에 따르면 5월13일 기준 하남시 전세 매물은 1100건으로 1년 전(1009건)과 비교해 9% 이상 증가했다. 가장 매물이 적었던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68% 급증했다. 서울 주요 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실종 사태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반면, 하남시 아파트 매매 가격은 5월 첫째주 기준으로 0.07% 상승했다.

게다가 동남권 일대엔 파급력이 큰 단지가 줄줄이 들어선다. 6월 길동 강동헤리티지자이에 이어 11월에는 1만2000가구 규모의 올림픽파크포레온까지 입주가 예정돼 있다. 일반적으로 전세 공급량이 늘면 해당 지역 전세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 강동구 상일동을 비롯해 하남 미사까지 전세 시장이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2018년 하반기 9500가구 미니신도시급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가 입주할 당시 송파구 전세금은 4개월가량 하락했다. 인근 강동구 역시 상승세로 돌아서는데 약 9개월이 걸렸다. 망월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이 겨울에 본격적으로 입주를 하면 상일동부터 시작해서 미사까지 전세금이 더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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