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와 산업활동동향 내 전 산업생산 수치가 연이어 발표된 뒤 시장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내 경기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대표 지표인 3월 전 산업생산(-2.1%)과 1분기 GDP(1.3%)가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 산업생산은 분기로 봐도 0.7% 증가해 GDP 성장세보다 낮았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경기 후퇴 시기를 빼면 대체적으로 전 산업생산 상승률이 GDP보다 높았다는 것을 보면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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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와 전 산업생산의 차이가 처음은 아니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0년부터 올 1분기까지 분기별 GDP와 전 산업생산 통계를 비교한 결과 두 지표의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를 빼면 제각각이었다.
특히 두 지표 사이의 격차가 컸다. 2021년 3분기에는 GDP 성장률이 0.1%에 그쳤던 반면 전 산업생산은 1%나 증가했고, 같은 해 4분기에는 GDP 성장률(1.4%)보다 산업생산 증가율(2.7%)이 두 배는 더 컸다. 지난해 3분기에도 GDP가 0.6% 증가하는 동안 전 산업생산은 1% 불어났다.
두 지표 사이의 차이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GDP는 가공·중개무역을 일정 부분 반영하지만 전 산업생산은 순수 국내 산출물만 따진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021년 3~4분기 사이에 GDP 성장률과 산업생산 간 격차가 두드러진 것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이 봉쇄됐던 영향이 컸을 것”이라고 짚었다.
표본에도 차이가 있다. 산업생산은 100인 미만 기업을 표본조사하는 반면 GDP는 전수조사 방식을 택한다. 측정 대상도 다르다. GDP는 총산출액에서 중간 투입분을 빼는 방식이지만 산업생산은 총산출액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A가 B와 C로부터 20씩을 넘겨받아 100을 생산하면 GDP는 이를 100으로 보지만 산업생산에서는 각각을 모두 더한 140으로 친다.
이렇다 보니 GDP와 산업생산이 비슷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정반대의 흐름을 보여주거나 차이가 크면 정책 당국자와 투자자들이 헷갈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금처럼 전 국민 25만 원 지급과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 의견이 갈릴 때는 더 심하다. 일각에서는 1분기 GDP 속보치와 산업생산 증가율 사이에 격차가 두드러지면서 다음 달 발표될 GDP 잠정치가 예상보다 크게 떨어져 한국은행의 신뢰도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속보와 잠정치 차이가 클까 봐 걱정스럽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산업활동동향과 GDP 이외에 이들 지표를 보완할 통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GDP 잠정치가 속보치 대비 얼마나 줄어들지 불확실하다”며 “부가 지표나 참고 지표를 만드는 식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판단의 핵심인 고용도 추가 지표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은 실업수당 청구 건수 같은 주간 지표를 낸다. 반면 한국은 1~2개월 단위로 나오는 고용동향과 사업체 노동력 조사를 빼면 별도의 고용 속보치가 없다. 박윤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을 함께 도모한다”며 “이 같은 차이가 미국 고용지표의 질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줬을 것 같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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