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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현 “한미 통합 불발에 성찰…태양광 등 잘하는 분야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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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OCI빌딩에서 열린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OCI홀딩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한미약품 통합 실패 이후, 성찰을 통해 당분간 제약·바이오 사업에 대한 진중한 접근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미 OCI홀딩스가 말레이시아에서 태양광 및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의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만큼 해당 건을 무사히 완수하는 것이 우선이란 설명이다. 그는 또 해외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만큼 인적 교류를 통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OCI빌딩에서 열린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제약·비이오 투자에 정진하겠단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이미 한미 통합 건이 계획대로 안됐기 때문에 왜 안됐는지 성찰을 하고, 새로운 투자 건은 천천히 결과를 내려 한다”고 밝혔다.

앞서 OCI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한미약품그룹 통합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 3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한미) 정기 주주총회에서 통합에 반대한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 형제가 표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불발됐다.

이 회장은 “당시 OCI가 투자에 나선다 했을 때 회사가 더 좋아지겠단 판단이 섰으면 한미 주주들도 좋아했겠지만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분위기였다. 결국 우리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 텐데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며 “사실 저렇게 격렬한 반대가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다음 투자 기회가 있을 경우 면밀히 검토하고, 사전에 많은 대화를 나눠서 지난번과 같은 상황을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약·바이오 사업에서 어느 시장을 주 무대로 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이미 태양광으로 진출 중인 미국, 말레이사아 등을 언급했다. 이 회장은 “한국에선 너무 과잉 경쟁 상태인 데다, 규제가 커서 실제로는 제약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낮다”며 “해외에 있는 다른 제약사들은 마진률이 좋다. 어느 국가든 생활수준 개선에 따라 제약업도 같이 성장할 수밖에 없고, 세부 업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국 주력하는 건 미국, 동남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oci본사
OCI 본사. /OCI홀딩스
◇태양광 시장 15년새 2000배 성장…”양국간 인적 교류에도 주력”

OCI홀딩스는 최대 주력지인 말레이시아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공장을 확장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2026년까지 8500억원에 투입해 캐파(생산능력) 증설에 나섰다. 밀려드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 회장은 “조만간 2026년 이후 생산량까지 100% 솔드아웃될 것 같다. 현재는 전략적으로 어느 고객사에 공급할지 조율하고 있다”며 “가동률은 95% 이상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가격적인 면에선 일정 가격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끔 계약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시황 변동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말레이사아 증설이 2026년까지 3년에 걸쳐 진행되는데 계획대로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6년 처음 폴리실리콘 사업을 시작했을 때 전 세계 태양광 발전 시장이 0.5기가와트였다. 오는 2030년 1000기가와트로 성장할 것”이라며 “15년새 2000배 커질 시장이다 보니 이 분야에서 충분히 마켓을 가져오면 매년 15% 이상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 본다”고 했다.

그는 또 “반도체도 인도·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서 그야말로 굴기 선언을 하고,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OCI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전세계적 추세가 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에도 말레이시아 공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석탄, 가스발전을 많이 하는 한전에서 공급받는 전력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면서 “말레이시아는 100% 수력발전을 하고 있어 RE100 추진에 굉장히 유리하다. 고객사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향후 양국 간 인적교류에 대한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동남아시아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지 않고, 역사가 깊지 않아 큰 성공사례는 많지 않다”면서 “앞으로 OCI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업들이 말레이시아에 진출할 것이고, 그 반대 사례도 나올 텐데 인적교류를 활발히 해야 한다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국에 있는 유수 대학과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며 “OCI 자체로도 많은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의 도움 필요하다 보니 인적 자원을 육성하는 게 큰 숙제”라고 덧붙였다.

◇”청정에너지 수요 줄지 않을 것…지속되는 중국 공세는 대비해야”

이처럼 말레이시아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꾸준한 데다 중국의 과잉 공급에 대응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단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향후 미 대선에서 결과에 따라 만약 공화당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신재생 에너지 정책이 위축될 수 있단 우려에 대해 “미국에서 태양광, 풍력발전 업계 종사자가 석탄,석유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보다 2배 가까이 많다. 투표에서 불리한 정책을 펼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미국이 전기차 시대 전환을 이어가려면 전기가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 자동차의 3분의 1이 전기차로 돌아서려 해도 발전용량이 40~50% 늘어야 충당 가능하다”며 “신재생에너지 없인 불가능한 목표라 신재생에너지가 수요가 줄 거라곤 생각하지 않고, 워낙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원자력 등에 비해) 싸서 신재생에너지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의 지속된 공급 과잉은 태양광 시장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 회장은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파산 위기에 빠진 기업마저 자금을 적극 지원해 물량 공세를 하다 보니 일반적인 회사가 경쟁하기 쉽지 않다”며 “특히 가격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쟁력이 있어서 쉽지 않은 싸움”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다만 태양광은 현재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으로 중국 업체와 끝까지 경쟁해 살아남을 체력을 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치적 변수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많아 그런 부분을 잘 고려해 조심스럽게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며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삼은 것도 이러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이유가 크다”고 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지난 8년 동안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회사 임직원간 팀워크가 좋아지고 말레이시아라는 낯선 타국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며 “한국 회사가 한국에서 활동하면 좋을 텐데 타국에서 투자하는 것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고용 창출을 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OCI홀딩스는 지난해 12월 말 공정위로부터 지주사 전환에 대한 최종 통보를 받았고, 1월 말 사업회사 OCI(OCI)에 대한 지분율이 현물출자 완료로 33.25%에서 44.78%로 늘어나는 등 OCI가 OCI홀딩스의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지위가 바뀌면서 지주사 체제 구축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현재 OCI홀딩스는 태양광 및 도시개발 사업을, OCI는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 등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OCI 창업자인 고(故) 이회림 초대회장의 손자이자 고 이수영 회장의 장남으로, OCI그룹의 3세 경영인이다. 지난해까지 OCI 부회장을 맡았으며, 올해 지주회사가 출범함에 따라 OCI홀딩스 회장으로 승진했다.

아시아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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