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인 ‘신(新) 국9조’가 발표되면서 부진했던 중화권 증시가 급등하자, 국내 상장된 중화권 상장지수펀드(ETF)를 갖고 있던 투자자들은 이를 내다 팔고 본토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증권가에서는 그간 중화권 지수에 투자해 물려있던 개인들이 단기 급등을 틈타 기존 ETF를 매도하고, 성장세가 높은 개별 종목으로 눈을 돌린 것이라고 분석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4월 12일~5월 14일) 상승률 20위 ETF 중 12개가 중화권 ETF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에 상장한 중국의 테크 기업 30개로 구성된 항셍테크 지수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 ETF가 29.58% 오르며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 ETF(25.56%)가 상승률 2위를 기록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차이나항셍테크’(15.89%), ‘TIGER 차이나항셍테크’(15.51%), ‘KODEX 차이나항셍테크’(15.50%) 등 다른 중화권 ETF들이 10%대 상승률을 보였다.
이처럼 중화권 ETF 가격이 크게 오른 이유는 중국 국무원이 신 국9조를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부양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중국 증시가 급등하고 있다. 신 국9조 정책은 중국 정부가 10년 만에 내놓은 증시 부양책으로, 배당에 인색한 상장사들을 관리종목에 지정하는 등 증시 관리 감독을 확대한다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이에 올해 2월 5일 2702.19로 연중 저점을 찍기도 했던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신 국9조가 나온 지난달 12일(현지 시각) 이후 4% 가까이 올랐다. 이날 상해종합지수는 3145.77에 거래를 마쳤다. 홍콩에 상장한 중국의 테크 기업 30개로 구성된 항셍테크 지수는 지난달 12일 이후 14.34% 급등했다.
중화권 증시 강세에 관련 ETF가 오르자, 이달 들어 개인은 상위 20위권 안에 속한 중화권 ETF 12종을 총 10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그간 해당 ETF에 물려있던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급등에 차익 실현, 혹은 손절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중국 본토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 투자자는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투자자들은 13일까지 중국 주식을 166만달러(약 23억원) 순매수했다. 지난달 565만달러(약 77억원) 순매도했던 것에서 매수세로 전환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그간 국내 상장된 중국 ETF를 통해 분산 투자했던 개인들이 성장세가 높은 개별 종목으로 갈아타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했다. 조상준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부장은 “중국 ETF의 경우 한 종목이 해당 상품의 가격을 확 끌어내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중화권 지수 등에 분산 투자하던 투자자들이 실적 성장이 예상되는 중국 반도체·이차전지나 정보통신(IT) 주식으로 갈아타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주식에 대한 투심이 더 살아나기 위해선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내놓은 주가 부양책만으론 주가 상승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전까지 신 국9조 정책은 중국 증시의 하단을 지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올해 남은 기간 중국 증시가 박스권 상단을 뚫고 오르기 위해선 미국 금리 인하와 중국 정부의 부동산에 초점을 맞춘 경기 부양 의지가 통화정책을 통해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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