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과 관련해 대표 배상 비율을 30~65%로 결정했다. 이미 자율 배상을 진행 중인 은행권에서는 투자자와의 분쟁 조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답정(답이 정해진) 배상’이라며 반발이 적지 않다. 판매사와 투자자 간 자율배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남은 절차는 법적 소송이어서 배상을 두고 긴 진통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4일 금감원은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 등 홍콩H지수 ELS 주요 판매 은행 5곳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공개했다. 대표 사례 5개 모두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대표 배상 비율을 30~65%로 결정했다.
배상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농협은행이다. 70대 고령자인 A씨는 기본배상비율 40%에 금융취약계층이면서 예·적금 가입목적 등의 요인이 더해져 배상 비율 70%까지 인정 받았다. 다만 과거 가입한 주가연계신탁(ELT) 지연상환 경험이 있어 5%p 차감됐다.
판매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의 경우 암 보험 진단금을 정기예금에 예치하러 온 40대 B씨가 60%의 배상 비율을 인정받았다. 은행의 적합성 원칙 위반과 설명의무 위반에 따라 기본배상비율 30%, 대면 가입(10%p), 예·적금 가입 목적 인정(10%p), 투자자 정보확인서상 금융 취약계층(5%p), ELS 최초 투자(5%p) 등 가산 요인이 합쳐진 결과다.
신한은행을 통해 상품에 가입한 70대 C씨의 경우 기본배상비율 40%를 인정받고, 금융취약계층 등으로 65%까지 배상 비율이 올랐다가 과거 ELT 지연상환 경험과 투자 규모가 5000만원을 넘으면서 각 5%포인트씩 차감돼 최종 배상 비율 55%로 결정됐다.
가장 낮은 배상 비율이 결정된 사례는 하나은행을 통해 가입한 40대 D씨다. 기본배상비율 30%에 내부통제부실에 따라 10%포인트를 더했지만 과거 ELT 지연상환 경험과 5000만원을 초과한 투자금으로 인해 각각 5%포인트 차감됐다.
이번 분쟁조정은 판매사와 신청인이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 성립된다.
은행들은 이미 예상됐던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이번 분조위를 기점으로 자율 배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은행과 투자자 간 의견 차가 컸던 만큼 분조위 결과가 기준점이 될 것이란 분석에서다.
일각에서는 최근 홍콩H지수가 상승세를 타면서 투자 손실이 축소되면 자율 배상 사례가 생각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3월 분쟁조정 기준이 나왔고 그에 따라 자율 배상을 시작한 상황”이라면서 “이번 분조위 대표 사례 결과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 가감 요인을 명확히 했다는 점 등을 봤을 때 앞으로 자율 조정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 지난 3월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때문에 ‘100% 배상’을 주장해 온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만큼 이번 분조위 결과에도 반발하고 있다. 대표 배상 비율 평균이 50% 수준이라는 점에서 집단소송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투자자와 판매사에 자율 배상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분쟁조정안에 기반한 분조위 결과가 나온 만큼 자율 배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면서 “각 은행별·판매기간별 기본배상비율이 명확하게 공개됨에 따라 금융소비자와의 자율조정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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