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정책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 출시 준비를 마쳤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 탓에 출시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올해 가계부채 감축을 위해 보금자리론의 공급 규모를 대폭 줄인 상황에서 카카오뱅크가 보금자리론을 출시하면 자칫 대출 수요를 또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보금자리론은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이다.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인 사람이 6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할 때 이용할 수 있다.
14일 금융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주금공의 보금자리론 판매 대행을 위해 지난달 4일 금융감독원에 겸영업무를 신고했다. 금감원은 카카오뱅크의 겸영업무 신고에 특별한 법률 위배가 없다고 판단해 이를 수리하고 카카오뱅크에 결과를 통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금공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 대행하는 것으로 은행법상 겸영업무에는 금융상품 판매 대행이 가능하도록 명시돼 있다”라며 “카카오뱅크의 겸영업무 신고가 수리됐다”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보금자리론 판매를 선언한 지 2년 만에 모든 법적 준비 절차를 마무리했지만, 상품 출시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카카오뱅크가 비대면 보금자리론을 출시하면 자칫 정책 모기지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출시 일정을 확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주금공과 보금자리론 출시와 관련한 사안을 조율 중인데, 금융 당국과 주금공 내부에서는 정책 모기지 취급처 확대에 대해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보금자리론의 수요를 눌러야 하는 금융 당국 입장에서는 정책 모기지를 취급하는 은행이 확대되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 및 정책모기지 공급 상황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판매) 개시 시점은 미정인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축소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1886조원에 달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 당국은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으로 43조원 규모로 풀린 특례보금자리론이 지목되자 올해 보금자리론 공급 규모를 10조원으로 축소했다. 이러한 노력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3년 반 만에 100% 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비대면 대출의 편의성까지 가지고 있어 보금자리론 수요가 한층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은행 중에서 가장 먼저 카카오뱅크가 보금자리론 판매를 시도하면 케이뱅크·토스뱅크 등 다른 인터넷은행도 정책 모기지 판매의 후발주자로 나설 수 있다는 점도 금융 당국과 주금공이 카카오뱅크의 보금자리론 출시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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