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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에코비트 매각을 추진 중인 산업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매도자 금융(스테이플 파이낸싱) 카드를 꺼냈다. 담보인정비율(LTV)은 60%로 정해 매각가 2조5000억 원이 넘으면 인수자는 최대 1조5000억 원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지원 받게 된다. 에코비트 매각은 태영건설의 성공적인 워크아웃에 중요한 시그널인 만큼 인수금융 제공을 통해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코비트 매각주관사인 UBS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최근 국내외 투자자에 스테이플 파이낸싱의 예비적 조건을 전달했다. 스톤피크, EQT파트너스, 브룩필드 등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 등 에코비트에 관심을 갖고 있는 20여 곳이 대상이다. 대부분이 인프라 투자 경험과 자금력이 있는 투자자들이다.
스테이플 파이낸싱은 매각자가 매매와 관련된 대출 자문과 주선 등의 프로세스를 미리 진행해 인수자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뜻한다. 통상 시중 은행보다 대출 금리가 낮다. 이를 활용하면 자금력이 낮은 원매자가 입찰에 참여하기 수월해 신속하게 거래 성사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외에서는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종종 쓰이지만, 산은이 제공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LTV는 기존에 예상됐던 50%보다 상향해 60%로 높였다. 즉, 매각가가 3조 원일 때도 1조5000억 원, 2조 5000억 원일 때도 1조5000억 원까지 저리 대출이 가능하다. 금리는 시중은행 금리 보다 나은 조건인 5%대 레인지로 적용됐다. 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지원 역할을 통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매자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는 이달 하순 받을 예정이다. 본 입찰은 7월로 예상된다. 매각가는 2조 원대 중반에서 3조 원 정도로 거론된다. 매각가가 중요한 것은 자칫 PF발 유동성 위기를 겪는 태영건설에 투입될 자금이 많지 않을 수 있어서다. 에코비트는 태영그룹의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와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이 각각 5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 지원을 위해 KKR로부터 빌린 4000억 원의 사모채 상환도 해야 한다.
KKR 입장에서도 태영과의 파트너십 등을 위해 자신들의 지분 50%도 함께 매각하기로 결정했지만 내부수익률(IRR)을 최소 12%는 맞춰야 한다. 약 2조7000억 원이 마지노선인 셈이다.
한편 태영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추진하고 있는 다른 계열사 매각은 대체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경기 광명에 있는 4성급 테이크호텔은 부동산 대체투자 운용사 스타로드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약 1000억 원에 매각한다. 또 관광·레저 계열사 블루원 소유의 골프장 디아너스CC는 시멘트 관련 업체인 강동그룹에 약 3500억 원에 넘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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