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미분양 가구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통계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행사, 건설사의 자발적인 공개에 의존하는 현 미분양 통계를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10년째 검토만 하고 있는 ‘실거래 기반 미분양 통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 내부에서는 실거래를 기반으로 한 미분양 통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수 차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분양 가구수가 심상치 않은 속도로 늘어나자 내부에서도 통계의 정확도를 높일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현재 미분양 통계는 사실상 시행사, 건설사의 ‘영업비밀’로 자발적인 공개에만 의존하고 있다.
국토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4964가구로 넉 달 연속 증가세다. 시장에서는 건설사가 신고하지 않은 미분양 물량을 포함해 실제 미분양 가구수는 10만가구에 가까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준공후 미분양(악성 미분양)은 같은 달 기준 1만2194가구로 8개월째 느는 중이다.
실거래 기반의 미분양 통계는 당초 공개된 분양계획과 신고된 분양계약분을 비교해 미분양 통계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 방안은 10년 전인 2016년부터 국토부 안팎에서 통계 정확도를 더할 대안으로 언급돼 왔다. 하지만 늘 검토 단계에서만 머물다 흐지부지됐다. 현재도 검토 단계에만 머물 뿐 통계청과 같은 관계기관과의 논의도 거치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거래 수치를 기반으로 미분양 통계를 내보자는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아직은 검토 단계로 본격적인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실거래 기반 미분양 통계는 서울시가 요구 중인 ‘미분양 신고제 의무화’에 비하면 우회적인 방안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까지 국토부에 공문을 보내 미분양 신고제를 의무화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 이후에도 최근까지 유선상으로 지속적인 요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분양 신고제 의무화는 말그대로 건설사가 미분양 가구수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토부는 ‘신고제 의무화’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건설사 혹은 해당 지역에 대한 ‘낙인 효과’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경색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특정 건설사의 미분양 숫자가 공개되면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미분양 통계를 오랫동안 개선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던 게 현실”이라면서 “분양에는 마케팅적인 요소도 포함돼 있고, 계약 여부에 대해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 모든 정보를 다 공개하라는 건 정부의 과도한 개입일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부동산 침체기에 미분양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을 때는 더욱 정확한 통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부실한 통계는 부실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통계의 투명성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논리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는 통계가 시장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게 맞다. 제대로 반영 안하게 되면 시장을 왜곡해서 볼 수 있다”면서 “시행사, 건설사가 신고를 의무화 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통계치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외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 통계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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