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 18)과 관련해 기업과 학계 3명 중 2명(65.4%)꼴로 현행 영업손익이 정보 유용성 측면에서 더 적절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IFRS 시행 이후에도 현행 영업손익을 의사결정에 계속 사용할 것이란 답변도 85.1%였다. 금융당국은 국내 사정에 맞춰 합리적 도입 방안을 준비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14일 개최한 ‘IFRS 18 관련 의견 수렴을 위한 기업·투자자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공유됐다. 이날 간담회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재무제표의 표시와 공시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IFRS 18 기준서를 지난달 확정한 데 따라 마련됐다.
IFRS 18은 손익계산서 내에 영업손익 등 범주별 중간 합계를 신설하고, 영업손익을 투자나 재무 등의 범주가 아닌 잔여 개념의 손익으로 측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IFRS에서는 영업손익 등 손익계산서의 중간 합계에 대한 표시나 측정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율하지 않아 국내에서는 영업손익을 추가로 표시하도록 의무화해 왔다. IFRS 18이 도입되면 영업손익을 엄격히 규정해 오고 있던 국내 재무제표 표시 방식도 달라질 전망이다.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IFRS 18에 따라 영업이익에 일시적·비경상적 항목이 다수 포함되면 이익 지속성과 예측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손익계산서를 통해 투자자가 얻는 정보의 유용성도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또 기타손익 항목이 영업손익 항목으로 포함되면 각종 손상차손 추정 등에 있어 기업의 보수적 회계처리 유인이 감소할 수 있는 점 등을 지적했다.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률(영업이익 ÷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영업외손익으로 잡혔던 유·무형자산손상차손이 영업손익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한국회계기준원이 2022년 말 상장사 1878개사의 손익계산서를 분석한 결과 현행 회계기준 영업이익률 평균 6.8%에서 IFRS 18 기준 평균 5.9%로 0.9%포인트 하락했다.
지주사도 지분법이익이 영업손익에서 투자손익으로 바뀌어 영업이익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회계기준원이 2022년 말 상장 지주사 62개를 대상으로 영업이익률을 따져본 결과 현행 회계기준 평균 7.1%에서 IFRS 18 적용 시 평균 4.1%로 3%포인트 내려갔다.
참석자들은 이미 영업손익을 표시하고 있던 국내 특성을 고려해 IFRS 18을 일부 수정 도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현재 감사인 직권 지정, 금융투자업 인가 등 금융 규제에도 기업의 주된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지속적·경상적 손익 측면을 고려하기 위해 ‘영업손익’을 활용해 오고 있는 만큼, IFRS 18 도입에 따른 영향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올해 하반기 중으로 IFRS 18에 따른 K-IFRS 제1118호 초안을 마련하고 세미나·간담회 등을 열어 유관기관과 기업, 전문가의 의견을 받기로 했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은 “IFRS 18 시행 시기인 2027년 이전까지 제기된 의견 등을 바탕으로 국내 사정에 맞는 합리적인 도입 방안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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