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시정명령에도…타임오프 한도 넘어선 노조전임자 현장복귀 거부
타임오프제 도입 근본적 문제 제기…”노동조합 파괴 수단”
“2010년 도입 당시 추미애 법사위원장 이명박 정부와 야합” 비난
사측과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놓고 대립 중인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차기 국회의장 유력 후보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을 비난하고 나섰다. 2010년 타임오프제 도입 당시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위원장이었던 추 당선인이 정부와 야합해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이유에서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14일 소식지를 통해 ‘타임오프는 노동조합 파괴 수단’이라고 주장하며 해당 법안의 시행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노조는 “2010년 국제사회의 반발 등으로 13년 동안 유예되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 이행을 이명박 정부가 법제화했다”면서 “그냥 시행할 경우 국제노동기준 위반으로 국제사회의 폐지 요구가 커질 우려가 있었기에 타임오프를 도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산 현장에서 일하지 않고 노조 업무만 보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금지를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노사가 함께하는 업무와 노조 유지관리 업무를 할 수 있게 변칙적으로 규정했다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그러면서 “당시 노동계가 반발한 것은 물론이고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도 강하게 반발했지만, 민주당 추미애 환노위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와 야합으로 강행 처리해 일방적으로 통과됐다”고 비난했다. 당시 현대차그룹의 막후로비가 강행처리를 이끌었다는 의혹도 언급했다.
노조는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는 전임자의 활동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지만, 타임오프제는 오히려 근로시간면제자의 활동에 상당히 강한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 제도가 노조 파괴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타임오프제 도입의 기본 취지는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 강화 차원에서 노조전임자에 대한 회사의 과도한 임금 지급을 금지하자는 것이지만,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를 부정하면서 “타임오프 도입의 목적은 (경영계의) 현장통제권 탈환”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타임오프제로 인해 노조전임자 활동에 ‘질적 제한’이 가해졌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타임오프제 시행 이후 전국의 현장에서 드러나는 현상은 ‘전임 노조 간부들’도 상당히 많이 줄었지만, 그보다 ‘비전임 활동’이 더욱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라며 “활동 하나하나의 정당성을 사측이 판단하는 구조가 현장을 크게 위축시켰다. 그만큼 조합원들의 권리신장도 줄어들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HD현대중 노조, 타임오프제 허용 노조전임자 한도 29명 초과
…시정명령 불이행에 사측 고발 위기
HD현대중공업 노사는 현재 타임오프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시작도 못한 상태다. 노조가 타임오프 한도를 넘어서는 노조전임자를 두면서 사측이 타임오프 위반으로 고용노동부로부터 네 차례나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노조가 시정을 거부하며 계속해서 시정명령 시한을 넘기고 있다.
현행 타임오프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및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라 조합원 규모에 따른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10개 구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 수는 6670명으로 ‘5000~9999명 구간’에 해당돼 근로시간 면제 한도 2만2000시간을 부여받는다. 이에 따른 유급 노조전임자 수는 11명이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 노조전임자 수는 40명으로, 법적 한도를 29명이나 초과한다. 이로 인해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고용부 근로감독에서 12월 1일 부로 시정명령을 받았고, 사측은 이행 시한을 세 차례나 연장했지만 네 번째 시정명령 시한이 지난달 29일로 만료됐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노조전임자 한도를 어긴 노조가 처벌받는 게 아니라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로 고발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받게 된다.
HD현대중공업은 타임오프 한도를 넘어선 노조전임자 29명의 현장 복귀를 명령했지만 노조는 ‘사측의 노조 흔들기’라며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노조는 회사측에 타임오프제를 초과하는 노조전임자 29명에 대한 임금 지급이 문제가 된다면 명목상 기금 등을 만들어 우회적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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