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실질 거래량 대비 공매도(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빌려서 파는 것) 비중이 60%를 넘어섰다. 하루 실질 거래량이 100주면 그중 60주가 공매도란 의미다. 공매도가 늘었다는 것은 주가 하락 베팅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이에 국내 테슬라 주주와 테슬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13일까지 테슬라 주가는 30% 넘게 하락했다.
14일 미국 나스닥거래소와 공매도 거래분석 사이트인 네이키드 숏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의 실질 거래량(4114만7092주) 중 공매도 비중은 67.84%(2791만3512주)로, 이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테슬라 공매도 비중은 지난달 23일까지 36%대였으나, 3주도 되지 않아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네이키드 숏 리포트에 제시된 실질 거래량은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이 중개 주문 등 중복 집계될 가능성이 있는 거래를 제외하고 산출한 데이터다.
올해 들어 지지부진하던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22일 142.05달러까지 하락하면서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그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중국을 방문해 리창 총리 등을 만나자 중국에서 테슬라의 주행 보조 소프트웨어인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 출시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간 중국 규제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던 FSD 출시가 곧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 퍼진 것이다. 지난달 29일 테슬라 주가는 194.05달러까지 올랐다.
주가가 짧은 시간 급격히 오르자 다시 ‘공매도 맛집’이 됐다. 테슬라의 실질 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중은 지난달 29일 전 거래일 대비 12%포인트 넘게 급등한 63.29%를 기록한 뒤로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공매도 거래량이 늘어난 가운데, 테슬라 주가는 이달 13일 171달러대까지 다시 떨어졌다.
테슬라 주가가 더 큰 폭으로 빠지면 국내 투자자 손실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테슬라는 올해 들어 5월 13일까지 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이다. 이 기간 테슬라 주식 11억6645만달러(약 1조596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순매수 2위 엔비디아(6억5603만달러)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규모다. 테슬라 주가 상승률을 2배 추종하는 ‘티렉스 2X 롱 테슬라 데일리 타깃’ ETF에는 같은 기간 2억2706만달러(약 3108억원)가 몰렸다.
국내 ETF 중에도 테슬라를 담은 상품이 많다. 현재 국내 상장된 ETF 857개 중 테슬라를 1주라도 편입한 ETF는 7%에 달한다. 테슬라를 전체 투자 종목 중 20~30%대 비중으로 집중 편입한 ETF도 4종 있다. 개인 투자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 삼성자산운용의 ‘KODEX 테슬라 밸류체인 FactSet’과 ’KODEX 테슬라인컴프리미엄채권혼합액티브’를 올 들어 143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에 직접 투자하거나 ETF를 통해 간접 투자한 개인과 기관투자자가 많은 만큼 테슬라 주가 하락 폭이 커지면 전체 손실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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