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안호현 전문기자]
쿠팡(CPNG)은 지난달 13일부터 신규 회원 월회비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인상했다. 기존 가입자 월회비는 올 8월부터 오른다. 쿠팡의 회원 수가 1400여만명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월회비 인상으로 적잖은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쿠팡은 월회비 인상으로 확보한 실탄을 회원에 돌아가는 혜택 확대의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쿠팡은 회원에게 매주 200여종의 상품을 최대 78% 할인 판매하는 ‘가정의 달 식품 프로모션’ 등을 시행하고 있다.
쿠팡의 월회비 인상을 두고 시장에서도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월회비 인상이 회원 이탈에 미치는 영향에 시선이 쏠리는 분위기다. 이미 탄탄한 입지를 다진 만큼 58% 월회비 인상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거라는 의견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커머스로의 이탈이 가속화될 거라는 시선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안정적 입지를 구축했기 때문에 이번 월회비 인상의 효과에 눈길이 간다”며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이 앞다퉈 출혈 경쟁을 하고 있는 기조와 정반대이기에 더욱 이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회원 유인을 위해 여러 가격 인하책을 쓰고 있다. 네이버는 1만원 이상 구매 때 3개월 무료 배송을 하며, 미가입 회원에게도 3개월 무료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신세계 역시 계열사 회원제 연회비를 5월 한 달 동안 3만원에서 4900원으로 인하했다. 컬리 또한 한 달 동안 멤버스 첫 가입 고객에게 3개월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 G마켓과 옥션 등도 연회비 80% 이상 인하 등 고객 부담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다. 쿠팡의 월회비 인상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쿠팡의 월회비 인상에 따라 일부 회원의 이탈이 존재할 수밖에 없을 걸로 내다보고 있다. 관건은 그 이탈이 어느 수준으로 이루어지는지다. 그에 따라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기존 회원의 해지율로 완산한 손익분기점은 36.65%다. 기존 고객을 100명으로 두었을 때, 약 37명의 고객이 이탈하면 월회비 인상의 효과는 완전 희석되는 셈이다. 만약 10명이 해지하면 연회비 수익은 3550억원 늘고, 20명이 해지하면 2220억원 확대된다. 해지율이 손익에 미치는 결과가 상당하다.
일각에서는 월회비 인상의 시점이 최적인 지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된 때라 기존 회원의 이탈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목소리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의 진출 탓에 쿠팡이 올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 회의론에 무게가 실린다.
쿠팡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531여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다. 올 1분기 당기순손실은 약 318억원이다. 2022년 2분기 900억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뒤 7분기 만의 적자 전환이다. 시장에서는 쿠팡의 올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각각 2000억원 안팎, 1300억~1500억원으로 추정했다. 컨센서스를 크게 밑돈 어닝 쇼크다.
다른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OTT(over the top) 서비스, 특히 스포츠 부문에 힘을 실으면서 회원 잡기에 새로운 동력을 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며 “하지만 급작스레 월회비 인상에 나서면서 기존 고객의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은 상황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의 이번 월회비 인상을 파고들려는 경쟁사들의 움직임이 분명 나올 것”이라며 “중국 이커머스의 대규모 투자 기조 또한 쿠팡에 있어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호현 전문기자 vicahh@infost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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