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을 위해 부실 사업장을 재구조화하거나 정리하기로 한 가운데 증권·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번 PF 대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면 올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고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14일 증권사들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날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브릿지론과 본PF로 나눠 사업장 평가를 진행하고, 사업성 평가 기관을 새마을금고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 등급분류를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유의로 분류된 사업장은 재구조화나 자율 매각을 추진해야 하고, 부실우려 사업장이라면 상각 또는 경·공매에 부쳐야 한다.
금융당국은 부동산PF 사업성 평가 대상 230조원 중 5~10%(최대 23조원)를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일 것으로 내다봤다. 좀 더 좁혀서 2~3%(최대 7조원)가 부실우려 사업장으로 평가했다. 이들 사업장 대부분이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가 보유한 브릿지론 사업장이라고 한다.
이경자 삼성증권 대체투자팀장은 “증권사는 충당금을 지속해서 적립해 온 상황에서 (부동산 PF 조정에 따른) 손실을 감내할 여력은 충분하다”며 “오히려 구조조정이 빨라지면 부실채권(NPL) 펀드 조성 등 신규 사업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PF 위기에 취약주체는 저축은행 및 여전업권 등 제2금융권”이라며 “PF 경·공매 활성화를 위해 상호금융 모범규준을 개정, 6개월 이상 연체 시 분기마다 경·공매를 실행하게 돼 단기적으로 이들 업권의 영향이 예상된다”고 했다.
은행·보험사 역시 신디케이트론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당금·자본금을 쌓아야겠지만, 큰 부담은 아닐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보험 10개사는 올해 하반기부터 PF 경‧공매 매입자금을 공동으로 대출하는 1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한다. 상황에 따라 신디케이트론 규모를 최대 5조원까지 늘릴 수 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은행·보험사가 신디케이트론 조성하면서 충당금과 자본비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다만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인센티브 방안인 정상여신 분류(충당금 부담 경감), 위험가중자산 규제 완화(자본부담 경감) 등을 고려하면 적정 수준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부실 사업장 재구조화와 정리 과정에서 자산 가치 하락 등의 영향은 있겠지만, 건설업계가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장윤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부실 사업장 정리를 위한 토지 경·공매는 보통 기존 가격의 50~70% 수준에서 매각되기 때문에 PF 사업성 개선과 신규 사업의 분양가 인하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며 “나아가 부실 사업장의 정리 및 재구조화는 부동산 업황 불안 요인인 부실 PF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건설주 센티먼트(투자심리)에 긍정적”이라고 했다.
부실 사업장 구조 조정 본격화 시점으로 올해 4분기가 꼽힌다. 바닥을 지나면 건설주 흐름도 개선될 것으로 봤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사업성이 낮은 지방 사업장 비중이 큰 건설사 위주로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것”이라며 “(구조조정 마무리 후) 2025년부터 주택·건설주 투자 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고 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도 “올해 하반기 PF정리와 미분양 이슈가 정리될 때가 주택주의 바닥 시점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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