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공공 사전청약 시행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사전청약 단지들의 본청약 시점이 오는 9월부터 줄줄이 도래하지만 본청약 지연, 분양가 인상 등이 불보듯 뻔해서다. 주택당국은 시행 포기의 이유를 “제도적 한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부활했던 사전청약이 3년여 만에 사라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규 공공분양 주택은 사전청약 없이 바로 본청약을 시행한다. 정부는 향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재시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제도 폐지’를 선언한 것이다.
기존 사전청약이 진행된 단지 중 본청약이 지연되는 경우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지연 안내를 기존 1~2개월 전에서 ‘최대 1년 전’까지 미리 앞당겨서 하기로 했다. 계약금 비율 조정, 전세임대 지원 등도 병행키로 했다.
사전청약 5.2만 가구에서 ‘끝’
이정희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사전청약 시행단지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신규 시행 중단 △사업 일정 조기 통보 △당첨자 주거 지원 △사업 단지별 관리 등이다.
사전청약은 공공분양주택의 조기 공급을 위해 주택 착공 이후 시행하는 본청약보다 앞서 시행하는, 이른바 ‘선선(先先)분양’ 제도다. 공공 사전청약은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보금자리주택에 도입돼 2010년 사라졌다가 문재인 정부였던 2021년 7월 부활했다.
이때부터 2023년 12월까지 공공 사전청약을 받은 단지는 총 99개, 5만2000가구다. 이중 13개 단지는 본청약이 완료됐고 나머지는 올해 9월부터 본청약 시점이 줄줄이 도래한다. ▷관련기사: [눈물의 분양가]②사전청약 당첨자도…’고분양가 폭탄?'(5월2일)
그러나 사전청약 공급 이후 장애 요소가 발생해 사업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문화재 발굴, 맹꽁이 등 법적 보호종 발견, 기반시설 설치 지연 등이 대표적이다. 국토부는 이를 ‘제도적 한계’라고 보고 더 이상 사전청약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정희 단장은 “사전청약은 부동산 청약 및 대기 수요를 흡수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조기에 확정 짓기 위해 도입했다”며 “그러나 본청약을 진행하다 보니 제도 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점들이 나타나 신규 시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적 한계’로 본청약 지연과 그에 따른 분양가 상승을 꼽았다. 이 단장은 “사전청약 이후 지구조성사업 단계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사업적인 리스크를 당첨자들이 본청약 지연으로 안게 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사전청약과 본청약 사이가 짧으면 분양가 상승 가능성이 적지만 사전청약 물량을 많이 확대하다 보니 사전청약과 본청약 기간이 굉장히 많이 길어졌다”며 “그 사이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이 많아졌다”고 했다.
이어 “사전청약과 본청약 사이 40개월, 3년 이상이 걸리는데 이렇게 되면 본청약 때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분양가가 당연히 오른다”며 “최근 건설공사비, 자잿값 등 인상이 분양가에 반영되다 보니 그런 요소까지 겹쳤다”고 덧붙였다.
올해 사전청약 예정 물량은 총 1만가구였다. 이들 물량은 사전청약을 취소하고 바로 본청약을 시행한다. 올해 본청약 예정 단지는 총 22곳, 1만2000가구로 국토부는 추산했다.
사전청약 당첨자 지원…”재개 계획 없어”
LH는 본청약 지연으로 사전청약 당첨자의 주거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 주거 부담을 완화하고 임시 주거를 안내하는 지원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LH는 지금껏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본청약 1~2개월 전 지연 여부를 안내해 왔다. 국토부와 LH는 본청약 지연 기간 등 전수 조사를 통해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사업 일정을 최대 1년 전에 안내하기로 했다.
이정희 단장은 “군포 대야미처럼 장기 지연되는데도 1~2개월 전 통보받아서 전월세계약 대출이나 다른 계획들에 차질 빚는 경우가 있었다”며 “본청약이 지연되더라도 최대한 일찍 당첨자에게 안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LH는 우선 올해 9~10월 본청약 예정단지 8곳 중 7곳이 지구별로 6개월~24개월 지연될 것으로 봤다. △남양주왕숙2 A1(761가구), A3(650가구) △과천주암 C1(884가구), C2(651가구) △하남교산 A2(1056가구) △구리갈매역세권 A1(1125가구) △남양주왕숙 B2(539가구) 등이다.
해당 단지 사전청약 당첨자에게는 이달 중 사업 일정을 안내키로 했다. 올해 11월부터 내년 6월 본청약 예정 단지는 지연 여부를 조사해서 6월중 안내키로 했다. 만약 2025년 6월 본청약 예정인 단지라면 최대 1년 전에 사업 일정을 미리 안내받을 수 있는 셈이다.
LH는 또 아직 본청약이 시행되지 않은 사전청약 단지 중 본청약이 6개월 이상 지연되면 본청약 계약 체결 시 계약금 비율을 10%에서 5%로 조정하고 이를 잔금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중도금 납부 횟수도 조정해 지연 사업 단지가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신혼가구 등 사전청약 당첨자에게는 전세매입임대를 추천·안내해 지원할 계획이다. 전세 임대는 임차인이 전셋집을 직접 물색해서 LH에 신청하면 LH가 주택도시기금을 임대 지원해주는 제도다.
이번 방안은 직접적인 금융 지원 대신 간접적 지원만 담았다. 이 단장은 “기존 당첨자들은 본청약을 선택할 수도 있고 추가적인 다른 청약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며 “분양가도 본청약 때 확정된다고 고지했기 때문에 이 정도 수준에서 간접 지원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업 단지별 추진 현황 및 장애요소를 주기적으로 점검 및 관리하기 위해 국토부와 LH 간 협의체도 구성한다. 사전청약 사업 단지의 지연 여부 및 사유가 확인되면 사업 추진상 장애요인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도록 하고, 사업단계별 사업 기간 단축방안을 마련해 사전청약 당첨자의 대기기간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향후 공공 사전청약 재개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 단장은 “시행규칙에 사전청약 제도의 근거가 있기 때문에 제도 자체의 폐기 여부는 추가 검토를 해봐야 한다”며 “필요하면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으로선 청약 수요가 높아진다고 해도 사전청약을 고려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택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 보다는 사전청약 디후 40개월 지나 본청약을 하고 다시 70개월 지나 입주하는 과정에서 당첨자들의 피해가 더 크다고 봤다”며 “그런 차원에서 사전청약제도는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도 시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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