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재구조화를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면서 최대 23조원 규모의 사업장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금융업계가 충분히 감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연체율 상승 등 이미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한 저축은행 업계 등 2금융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3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안은 부실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항목을 추가해 PF 위험요인을 구체적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현행 사업성 평가 등급은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하고, 사업성 부족 사업장(유의·부실우려)에 대한 적극적인 사후관리를 유도하기로 했다.
유의 등급 사업장은 재구조화 및 자율매각을 추진하고 사실상 사업 진행이 어려운 부실우려 사업장은 상각이나 경·공매를 통한 매각을 하도록 했다.
사업장 대상을 부동산 PF뿐 아니라 토지담보대출과 채무보증 약정 등을 추가하고 새마을금고 PF대출도 사업성을 평가한다.
이 때문에 부동산PF 사업장은 230조 규모로 확대된다. 지난해 말 136조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0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금융당국은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 규모가 전체의 5~10%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23조원 규모의 PF 사업장이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부실 위험이 금융회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하는 모습이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권영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면서 “이번 대책으로 금융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재구조화와 정리 부담이 늘어나더라도 은행 수익이 20조가 넘어가고 보험사 수익도 6~7조 수준인 만큼 충분히 감내 가능한 범위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이어 “부실한 사업장을 강제로 인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사회를 거치는 등 합리적이라면 하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부동산PF로 인한 제2금융권 저축은행 등의 부실화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당국은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부동산PF 리스크에 대응해 감독기준 이상으로 충당금을 충분하게 적립하도록 지도해왔다”고 강조했다.
금융업계에서는 토지담보대출과 브릿지론 등의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 등의 추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나이스신용평가가 발표한 저축은행·캐피탈·증권 등 3개 업종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관련 예상 손실은 시나리오별 최소 8조원에서 최대 13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저축은행이 4조8000억원으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이날 개선안 발표를 두고 반응이 나뉘는 모습이다. 신규 자금 투입 등은 긍정적인 기회로 본다는 측도 있지만 추가 충당금 적립과 경공매 확대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등 업황이 나빠질 것이란 주장이다. 지난 1분기 수익성이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동산PF 발(發) 우려가 과도할 경우 업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 사업장 평가가 세분돼 만기 연장 이슈가 가장 문제가 될 거 같다”면서 “보수적인 평가로 만기 연장이 힘들어지면 사업장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되고 그 이후 절차 등이 업계에 긍정적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전성 관리를 위해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업황 개선이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규 자금 투입 등은 긍정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충당금 추가 적립과 대출 축소를 통한 건전성 관리 등으로 과거와 같은 부실 사태는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면서도 “이번 개선안에 따른 충당금 조정과 신규 자금 투입 부분 등 정책에 맞춰 리스크 최소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부동산 PF 연착륙은 특정 정책으로 이뤄진다기 보단 이날 발표한 계획을 바탕으로 신규 자금 투입, 경공매 활성화 등을 지속 모니터링 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저축은행 등 부실 가능성 우려가 높아진 업권의 경우 충당금 추가 적립 등 건전성 관리가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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