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1년, 증권사 퇴직연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후 안정적인 투자 성과를 누리기 위해선 누적 적립금보다 수익률을 우선해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13일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비교공시에 따르면 올 1분기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385조7521억원으로 400조원에 육박했다. 전분기 378조357억원보다 7조7164억원(2.04%) 증가했다.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90조7041억원으로 전체 대비 23.51%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3조9644억원(4.57%) 늘어났으며, 작년 7월 디폴트옵션이 시행되기 전보다 10조원 이상 증가다.
퇴직연금은 특성상 안정적인 재테크를 원하는 고객이 많아 주로 은행권에 자금이 몰렸다. 하지만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서 증권사로 자금이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이 해당되며 증권사 비중이 높은 퇴직연금 상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보다 퇴직자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확정급여(DB)형 의존도가 높은 은행과 보험보다 증권사가 운용하는 DC형, IRP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다. 새로 퇴직연금에 가입한 경우 첫 부담금을 납부하고 2주가 지난 뒤 운용지시를 하지 않거나 기존 금융상품의 만기가 도래한 경우 6주간 운용지시가 없을 때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디폴트옵션이 적용되기 전에는 현금성 자산으로 남아 낮은 금리가 적용된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경우 초저위험(은행예금·국고채 등) 1개,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각 2~3개 등 최소 7개에서 최대 10개의 상품 또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고용노동부의 승인을 받아 가입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디폴트옵션은 개별상품 위험 등급 또는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상품별 위험등급을 가중평균한 위험도에 따라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초고위험 등 5종류로 나뉜다.
수익률은 원리금 비보장 상품 중 IRP가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유형별 수익률 상위 증권사를 살펴보면 원리금보장 중 DB형은 KB증권이 5%로 가장 높았다. 이어 DC형과 IRP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이 각각 5.72%, 5.68%로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원리금비보장 상품은 모든 유형이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DB형은 유안타증권이 12.51%, DC유형에서는 삼성증권이 15.18%로 수익률이 가장 높았고, IRP는 한국포스증권이 18.46%로 2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누적 적립금이 많은 증권사의 경우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현대차증권은 DB형에서 적립금 14조2620억원이며 다음으로 적립금이 많은 한국투자증권(7조462억원)과도 2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하지만 현대차증권의 DB형 수익률은 원리금보장 4.47%, 원리금 비보장 7.57%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미래에셋증권은 DC형 10조112억원, IRP 8조8456억원으로 해당 유형에서 적립금이 가장 많다. 수익률은 DC형 원리금보장 4.06%, 원리금비보장 13.75%를, IRP 원리금보장 4.03%, 원리금비보장 14.23%를 기록했다. 원리금보장 상품의 경우 하위 5위권에 그쳤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적립금의 경우 계열사 수혜를 받는 증권사가 많다”며 “안정적인 적립금 운용 여부를 알 수 있는 장기 수익률에 초점을 두고 퇴직연금 상품을 택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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