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시행 3년 만에 사전청약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볼 때 시의적절한 결정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집값이 상승하더라도 사전청약을 통해 ‘공급 착시’를 노리는 정책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나왔다.
14일 국토교통부와 LH는 공공 사전청약(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신규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부터는 사전청약 없이 바로 본청약을 시행하는 것이다.
사전청약은 본청약보다 1~2년가량 먼저 실시하는 청약이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한 뒤 2021년 7월 문재인 정부가 재도입했다. 당시 집값이 급등하자, 주택 조기공급을 통해 시장 수요를 분산하고자 한 것이었다.
문제는 최종 입주까지 5~6년이 걸리면서 계획과 실제 입주 상황에서의 조건이 크게 달라지는 사례가 잇따랐다는 것이다. 공사비가 오른 데다 토지 보상이 늦어지고 사업승인이 변경되면서 분양가가 오르고 입주가 지연되는 일이 연속 일어났다.
최근 국토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인천 계양지구 테크노밸리 A2블록 공공분양 아파트 총 사업비가 2년 만에 약 30% 늘어났다. 3기 신도시 중 최초로 사전청약을 받은 단지인 점에서 상징성이 있는 곳이다. 2022년 1월 사업계획 승인 당시에는 2676억 원으로 책정됐지만 이보다 688억 원 오른 3364억 원으로 변경된 것이다. 공사비 인상의 여파였다. 인근 A3블록 총 사업비도 1754억 원에서 2355억 원으로 올랐다.
경기 군포시 대야미 공공주택지구에 들어서는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주택 ‘신혼희망타운’ 본청약은 올 4월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2027년 상반기로 3년이나 미뤄졌다. 이곳 사전청약에 당첨된 신혼부부만 약 900쌍이다. 계약금을 마련하기 위해 퇴직금까지 동원한 당첨자도 있어 본청약 지연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전청약 제도가 불확실성을 전제하는 만큼, 다시 집값이 급등하더라도 사전청약이 부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전청약은 사기 분양이나 마찬가지”라며 “예정했던 일정대로 진행된다면 문제가 없겠으나 맞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전청약으로 당첨된 사람들은 다른 청약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라며 “수요자 입장에서 좋은 점보다도, 이를 도입해 정부가 분양 물량을 늘리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효과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는 “사전청약을 통해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는 있었으나 절대적인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더 이상 분양 시점이 중요하지 않다”며 “사전청약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시장에 주택이 공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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