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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1971년 공직에 발을 들인 뒤 40여 년 동안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최전방에서 겪은 한국 경제의 산증인이다. 참여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기재부 장관으로 경제사령탑 역할을 했다.
그런 그가 헌법에 명시돼 있는 정부의 고유 권한을 무시한 채 전 국민 25만 원의 민생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는 야당에 대해 격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비이성적” “있을 수 없는 일”과 같은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은 “언론이 여당과 야당 양비, 양시론을 펼치면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의미다.
윤 전 장관은 13일 더불어민주당의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을 겨냥해 “복지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며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지속 가능성이 있게 하는 게 그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나눠주는 게 아니라 맞춤형으로 해야 한다”며 “중산층과 상류층에게 똑같이 나눠주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차라리 중산층 이상 계층에게 줄 돈을 서민에게 몰아줘서 50만 원을 지급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윤 전 장관 같이 생각하는 이들이 주를 이룬다. 고려대 총장을 지낸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는 “야당의 특별법 제정을 통한 전 국민 25만 원 지급은 무리하는 것”이라며 “중산층과 고소득층을 포함해 전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돈을 나눠주는 것은 재정 낭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하는데 이 경우 재정 건전성이 나빠질 뿐만 아니라 시장금리가 올라 가뜩이나 ‘3고’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서민과 영세 상인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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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세금을 걷는 행위에서 이미 자원배분이 왜곡되기 때문에 다시 나눠준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다”라며 “꼭 쓰려면 저소득층이나 취약 계층의 한계 소비 성향이 높으니 그런 분들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돈은 모여 있어야 효과가 높아진다”며 “잠재력이 높은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하면 미래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전 국민에게 똑같이 나눠주면 그냥 외식 한두 번 하고 끝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날 “반도체 수출 증가세 덕에 실질 민간소비 여건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 상황에서 민간소비 부양을 위한 단기적인 거시정책의 필요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상 야당의 대규모 추경을 직격한 것이다. 정규철 KDI 경제분석실장은 “구매력이 개선될 때 부양책을 쓰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민주당이 민생 부양책을 내놓는 시점이 틀렸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금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3% 성장하는 등 회복기”라며 “굳이 따지자면 민주당의 민생지원금은 때를 놓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거가 다 끝나고 나서야 특별법을 주장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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