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3일 카운터 파트인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베이징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조태열 장관과 왕이 부장은 이날 처음 대면 회동했다. 회담은 이날 오후 5시경(현지시각) 베이징시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렸다.
회담에는 한국 측은 정재호 주중대사,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 이준일 북핵외교기획단장 등이 참석했고, 중국 측은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 류진쑹 외교부 아주사 사장(국장급) 등이 들어와 장관을 포함해 모두 17명이 배석했다.
왕이 부장은 “중·한 양국은 가까운 이웃나라이고, 자주 왔다갔다 해야한다”며 “이는 양측의 이해를 증진하고 상호 신뢰를 강화하며 협력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모두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올해는 한·중 수교 32주년이 되는 해로, 30여년간 양국의 발전은 순조롭고 성과도 풍부했다”며 “중·한 수교와 관계 발전은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고 양국민의 뜻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최근 중·한 관계가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이는 양측의 공동 이익에 맞지 않을 뿐더러, 중국이 원하지도 않는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중국과 함께 중·한 수교의 초심과 선린 우호의 방향을 견지하고, 호혜 협력의 목표를 확고히 하며, 간섭을 배제해 서로 마주보며 앞으로 나아가 양국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한 발전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특히 왕 부장은 전임자인 박진 전 장관을 ‘하오펑유(好朋友, 친한 친구)’라고 부르며 안부를 전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조 장관도 이어진 모두 발언에서 “이번 방문이 방문을 위한 방문에 그치지 않고, 양국간 얽혀 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 한·중 관계가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도록 물꼬를 트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장관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 그리고 여러 지정학적 갈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다양한 도전 과제에 양국이 직면해 있는 만큼 양자관계 뿐만 아니라 공동의 도전에도 함께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난관이 있더라도 이견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는 가운데 협력의 모멘텀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장관은 “새로운 한중 협력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속도와 규모가 아니라 상호 신뢰 증진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 기반을 다지는 데 더욱 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지난 몇 년간 악화된 양국민의 상호 인식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역지사지 자세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공감대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따른 양국 관계 제약 요인을 최소화하고 갈등보다는 협력에 초점을 맞춰 작은 일부터 하나씩 착실하게 성과를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조 장관과 왕이 부장은 회담에 이어 만찬을 함께 하며 양국 관계 발전 방향과 고위급 교류와 공급망 협력, 북핵·북한 문제 등과 함께 이달 말 개최로 조율 중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일정과 의제 등도 논의한다.
한·중 외교장관이 마주한 것은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계기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한국 외교장관의 베이징 방문은 2019년 8월 당시 강경화 장관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조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경색 국면에 놓인 한·중 관계가 고위급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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