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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의 차(茶) 브랜드 ‘오설록’이 성장을 거듭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룹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마지막 퍼즐로 여겨지는 오설록은 사업 강화를 위해 신제품 출시 및 글로벌 진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투자에 비해 실적이 좋지 않아 사업을 정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지원해 온 서경배 회장의 ‘뚝심’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오설록 실적 고공행진…매장 방문 고객·글로벌 수요 확대↑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설록의 매출액은 2021년 650억원에서 지난해 838억원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2억원에서 55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이처럼 본격적으로 실적이 나오기 시작한 배경엔 오설록 매장 방문 고객의 증가와 함께 ‘아마존’ 등 글로벌 플랫폼의 수요 확대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오설록은 2020년 3월 미국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현재는 아마존 미국·영국·독일·캐나다로 운영을 확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마존(US) 대형 프로모션 중심의 매출 성장으로 연평균 100% 이상의 성장률 기록하고 있다”며 “향후 ‘한국의 럭셔리 티 브랜드 이미지’에 중점을 두고 온·오프 타깃 매장에 선별적으로 입점해 영업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는 포기 못해…부친 서성환 선대회장 뜻 잇는다
서경배 회장은 그간 차 사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이는 1979년 국내 차 문화 보급과 대중화를 위해 녹차 사업에 진출한 부친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선대회장의 뜻을 잇겠다는 의지와도 맞닿아 있다. 서성환 선대 회장은 “녹차 사업은 계속 적자가 나겠지만 사업이 성공하면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은 모든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 이미지를 얻을 것”이라며 주변의 반대를 감수하고 차 산업을 밀어붙였다.
서 회장이 오설록을 쉽게 포기하지 않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오설록을 키우겠다는 그의 의지는 이전 행보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2019년 서 회장이 아모레퍼시픽의 산하에 있기에는 오설록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40년간 아모레퍼시픽의 사업부로 운영해 오던 오설록을 분사해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 이와 함께 오설록은 ‘티소믈리에’ 전문 인력을 효율적으로 양성하고 관리하기 위한 인력 자회사 ‘그린파트너즈’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후 오설록은 서 회장의 든든한 지원을 발판 삼아 활발한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엔 시그니처 얼그레이’와 ‘스윗 허니 블랙티’ 등 소비자들의 트렌드에 맞춘 신제품을 출시했으며,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등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국내외 여행객에게 오설록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티하우스 김포공항점’을 오픈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K-뷰티의 황금기를 이끈 아모레퍼시픽이 오설록으로 ‘K-차’ 시대를 이끌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오설록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만큼, 화장품 사업을 뒷받침하는 그룹의 또 다른 성장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지만,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최근 경기 불황을 겪으면서 소비자들이 갈수록 저렴한 물건을 찾고 있는데, 오설록의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프리미엄에 해당돼 진입장벽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벅스·커피빈·투썸플레이스 등 기존 음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커피 전문점들의 틈새 영역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도록 제품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 역시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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