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는 13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방안’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사업성 평가를 통해 정상 사업장 지원은 강화하고, 부실 사업장은 정리하는 방향에 대해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 방안에 중소 규모의 건설사 사업장이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뒷받침이 필요하고, 금융 환경 개선을 통한 주택 수요 진작책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시장 충격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정리 대상이 되는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서 느꼈던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정상 사업장으로 평가된 사업장에 대해서 신규 자금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평가 대상이 브릿지론에 우선 집중돼 시장 참여자들의 자구 노력을 할 수 있게 된 점도 긍정적이라고 봤다.
김 연구위원은 “모든 사업장에 대해 일시에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만기도래시점에 따라 순차적으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사업성이 극히 떨어지는 브릿지론에 (정책 지원이) 우선 집중된 부분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중소·중견 건설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대한주택건설협회도 업계가 부실 PF 연착륙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는 점에서 큰 틀에서 방향성 자체는 맞다고 평가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현 상황에서 정부가 발표한 사업성 평가 기준을 적용할 경우 부실 사업장 매입에 더 많은 수요가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브릿지론만 14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부실 사업장의 규모보다 정부 투입 자금 약 9조1000억원(신디케이트론,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매입,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부실채권 매입 등)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우려할 부분이라고 봤다.
김 연구위원은 “시장 충격 흡수에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매입펀드 조성 외에도 취득세와 이후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도세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브릿지론 단계에 투입된 건설사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지방의 중소 건설사 위주로 부실 사업장이 나오는 만큼 지역 기반 업체에 대한 우려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경제금융연구실 실장)은 “브릿지론 단계엔 건설사가 크게 개입이 안 됐을 경우가 많고 대형 업체들보다는 지역 기반의 주택 업체들일 가능성이 있어 이런 사업장에 대한 해소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이야기하는 ‘옥석 가리기’에 중소 업체들은 이른바 ‘옥’이 될 수 없는 업체들이 많다. 이런 부분에 대해 금융 당국이 좀 더 전향적으로 수요 진작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협회는 그동안 PF 정상화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미분양 아파트 구입시 대출 조건 완화 등 부동산 경기 수요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을 요구해 왔다.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당국 등이 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건설업계도 자구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우량 자산을 매각하는 등 건설업계 스스로의 자구 노력을 통해 PF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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