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13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평가 기준 세분화, 우량사업장 중심 지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금리 인하, 미분양 시장 활성화 대책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230조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연착륙을 도모하기 위해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하고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방안의 골자는 사업성 평가 분류를 현재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하고, 사업성이 가장 낮은 4단계 사업장에 대해서는 경·공매 절차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사업성이 충분한 정상 PF 사업장은 사업추진에 필요한 자금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이전보다 세분화된 PF사업성 평가 기준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봤다. 우량사업장 중심의 지원도 정책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연구원 연구위원은 “PF지원을 다루는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의 입장에서는 해당 실무집행의 근거규정이 된다는 점에서부터 긍정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면서 지원대상과 비대상을 가르는 논란도 줄어들 수 있다”며 “무분별한 지원은 모럴헤저드는 물론 사회적 악영향까지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우량사업장 중심의 지원도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평가등급 세분화를 담은 ‘PF 사업성 평가기준’이 개선되면서 6월부터 PF대출 사업장의 옥석고르기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성이 극히 낮아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어려운 사업장 등 부실자산들은 상당부분 정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장기적으론 부실자산과 재구조화가 필요한 사업장, 정상사업장이 각각 분리되며 정상사업장은 자금공급이 원활해지면서, 착공으로 이어져 향후 부동산 공급 시장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과정에서 건설, 금융사 등 각 사업주체 이해조정의 어려움이 큰 만큼 정부당국은 사업성 평가 진행의 투명성과 과정 및 결과를 잘 모니터링하고 부동산PF 시장이 연착륙될 수 있도록 면밀하게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으로는 이번 대책이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고, 추가 세제 지원이나 금리 인하 카드 등이 나오지 않는 이상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부동산PF 문제는 금융지원 같은 임시방편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미분양 시장 활성화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규제가 너무 많다”며 “법인들이 미분양 물건을 사서 임대를 놓으려고 해도 취득세와 양도세, 종부세 등에 가로막혀 수요가 생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상가 같은 경우에는 경공매로 물건이 나온다고 해서 받아 줄 수요자가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 경제 활성화와 세금 규제 해소 등을 통해 투자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 대책이긴 하지만 최근엔 우량 사업장들마저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라 공급물량 공백기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우열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다만 부동산 PF 문제의 본질은 높은 금리이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의 금리 인하가 병행돼야 빠른 사업 정상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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