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PF 정상화 플랜 가동…‘옥석가리기’ 본격화
우량 사업장 금융지원 및 부실사업장 재구조화·정리 유도
건설경기 침체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문을 닫는 건설사들도 줄을 잇는 모습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다음 달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플랜을 본격 가동한단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단기간 업계 전반에 드리워진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를 해소하긴 아쉬움이 남는단 평가다.
13일 KISCON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폐업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전국적으로 187곳에 이른다. 전문건설사까지 더하면 폐업 공고를 낸 건설업체는 1284곳으로 2014년(1577곳)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다.
같은 기간 부도난 건설업체는 12곳에 이른다. 건설경기 침체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사들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고금리·고물가, 부동산시장 침체와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까지 겹겹이 악재가 맞물리면서 업계 안팎으로 나돌던 ‘위기설’도 계속되고 있다.
건설업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자, 금융당국은 그간 추진해 온 부동산 PF 연착륙 조치를 확대·보완한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이날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개선해 보다 면밀하게 사업성을 검토하고 부실 사업장은 구조조정에 속도를 끌어올린다. 사업성이 낮은 4단계 사업장은 경·공매 절차를 밟는다.
은행·보험업권은 최대 5조원 규모까지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해 부실 사업장 정리를 지원하고, 1조원대 캠코펀드는 우선매수권을 도입해 부실채권의 원활한 정리를 돕는다.
올 들어 폐업한 건설업체, 10년 만에 ‘최대’
PF 정상화 방안 추진…23조원 규모 사업장 구조조정 예상
“정책 방향 긍정적, ‘부실사업장 정리’ 업계 타격은 불가피”
새 기준에 따라 PF 사업장 평가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30조원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이 중 최대 10%가 부실우려 사업장, 이 중 2~3% 정도가 경·공매 처분 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3조원 규모의 PF 사업장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퇴출 사업장 규모가 적은 만큼 PF 재구조화의 영향은 크지 않을 거란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유동성 지원방안이 종전보다 구체화된 데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정부 지원을 통해 정상화되는 사업장들이 늘어나면 일부 공급물량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가 부동산과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지원에 관련된 명확한 지침 규정과 사업장의 부실 정도에 따른 차등적인 지원안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사업진행이 어려운 브릿지론이나 부실 사업장들은 경·공매 등으로 우선 정리가 되면 토지비용이 낮아지면서 사업성이 오히려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후 어느 정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 사업장들은 지원을 통해 공급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공급 부족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을 다소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PF 평가 기준이 완화되고 세분화됐다.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면서 지원대상을 판단하는 논란도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원칙적으로 우량 사업장을 중심으로 지원을 집중하고 기타 민간사업장은 시장에 맡기겠다는 건데, 타당한 정책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부실 사업장을 다수 떠안은 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시장 침체기가 이어지는 만큼 실제 사업 정상화가 이뤄지더라도 분양까지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려울 거란 우려도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PF 시장 위기 관리 대응 방안으로는 바람직하지만, 실질적인 PF 시장 정상화를 위해선 시장 활성화가 우선”이라며 “지방 악성 미분양 등을 해소하기 위해 취득세나 양도세를 감면하는 등 획기적인 조치가 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또 “부실 사업장들이 정리되면 시행사나 건설사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건설업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인데 과도하게 구조조정에 나서게 되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김효선 위원도 “PF 리스크는 주택보다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 비주택 상품 쪽이 더 큰 만큼 착공으로 이어져도 지금과 같은 시장 분위기에서는 분양까지 원활하게 진행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부동산 PF 부실이 시장에 영향을 주듯이 부동산시장 침체가 다시 부동산 PF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고금리·고물가 시기에도 원활하게 분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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