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에 수조원대 과징금 부과 검토중
연이은 패소에…’실적올리기’ 급급 지적도
주무부처 행정지도 담합으로 해석·제재
과징금 취소 판결난 해운업계 담합과 유사
공정거래위원회의 과도한 조사와 무리한 과징금 부과로 기업들이 경영을 이어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부처들 사이에 성과 올리기로 기업 부담이 큰 상황에서 공정위 제재가 화근을 부채질 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제재 적법성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는 가운데 위법성이 명확하지 않은 이동통신 3사에 대해 수조원대 과징금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정위가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5건의 주요 불복소송에서 패소했다. 패소한 내용을 살펴보면 ▲해상운임 담합(962억원 중 33억9900만원) ▲SPC 계열회사들이 SPC 삼립을 부당지원한 행위(647억원) ▲쿠팡의 거래상 우월 지위 남용(32억9700만원)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익 편취 혐의(8억원) ▲지멘스 한국지사 거래상 우월 지위 남용(4억8000만원) 등이다. 올 들어서만 패소에 따른 과징금 부과 취소 금액은 1655억 원에 달한다.
최근 공정위가 과도한 조사와 무리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정위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판매장려금 담합 행위에 따른 관련 매출액을 28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제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과징금 부과액은 최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징금은 하반기 중 열리는 최고 의사결정기구 전원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판매장려금이란 통신사에서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휴대폰을 판매할때마다 지급하는 금액을 말한다. 오프라인 대리점뿐만 아니라 온라인 판매점까지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판매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고객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통신사에서 다른 통신사의 번호이동을 할 경우에도 판매장려금은 지급된다. 공정위는 통신사들이 각사가 번호이동 실적을 공유해 판매장려금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고자 담합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통신에 대한 정책과 규제를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의도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방통위는 2014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시행한 이후 판매장려금을 30만원 이내로 맞추라는 정책을 유지했다.
업계에서 방통위 정책에 따라 판매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는 만큼 이를 업체간 담합이 아닌 경쟁 행위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기업들이 주무부처로부터 받은 행정지도를 공정위는 담합으로 해석하고 제재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해운업계 담합과 유사하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공정위는 지난 2022년 12개 국적선사와 11개 외국적 선사가 15년간 120차례에 걸쳐 운임을 합의했다며 과징금 962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해운법에 공동행위의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는 점을 들어 제재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펼쳤다.
결국 지난 2월 서울고법이 대만선사 에버그린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과징금 취소 판결을 내리며 법리에 어긋난 무리한 제재였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법행위가 발생한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고 세수 확보 등을 이유 과징금을 부과한 경우는 없다”며 “기업을 옥죄거나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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