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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에도 점유율 바닥… 코인 거래소, 줄폐업 우려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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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상당수가 올해 하반기 이후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상자산 시장이 상반기 반등했지만, 중소형 거래소들은 여전히 1% 안팎의 점유율에 허덕이고 있다.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충전해 거래하는 코인마켓 거래소의 경우 이미 지난해 말부터 폐업하는 곳이 늘고 있다.

13일 가상자산 통계 분석 사이트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국내 5곳의 원화마켓 거래소에서 1, 2위 플랫폼인 업비트와 빗썸의 합산 점유율은 98%를 넘어섰다. 이날 하루 거래량을 기준으로 업비트의 점유율은 77.4%, 빗썸은 20.9%를 각각 기록했다. 3위 거래소인 코인원의 점유율은 1.3%로 빗썸과 큰 차이를 보였다. 코빗과 고팍스는 각각 0.3%, 0.1%에 그쳤다.

업비트의 국내 시장 독주는 최근 몇 년간 지속돼 왔다. 2위 빗썸은 한때 점유율이 10% 미만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한 수수료 무료화를 통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또 업비트가 외면한 여러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을 상장시키는 방식으로 차별화에 집중하며 점유율을 높였다.

반면 코인원을 비롯한 나머지 3곳의 소형 원화마켓 거래소는 점유율을 좀처럼 반등시키지 못하고 있다. 코빗과 고팍스는 수개월에 걸쳐 무료 수수료를 도입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 조치에도 국내에서 가상자산 거래는 대부분 업비트, 빗썸으로 집중됐다.

거래량 차이는 실적의 양극화로 이어졌다. 두나무는 지난해 매출액 1조154억원, 영업이익 640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이 늘면서, 순이익은 전년 1308억원에서 8050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였던 빗썸은 24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코인원과 코빗, 고팍스는 모두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적자가 지속됐다.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국내에서 가상자산 거래가 현금을 이용하는 원화마켓 거래소에 집중돼 있어,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10여곳의 코인마켓 거래소가 영업 중인데, 이 가운데 하루 거래량이 집계되는 곳은 지닥, 비블록, 플랫타스익스체인지, 포블게이트 등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최근 폐업하는 곳이 늘고 있다. 후오비코리아와 코인빗, 텐앤텐, 프로비트 등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문을 닫았다. 대표적인 코인마켓 거래소 중 하나로 꼽혔던 한빗코도 지난 9일 서비스를 끝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빗코는 지난해 원화마켓 거래소 전환을 추진했지만,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지 못해 결국 사업을 접었다.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 한빗코는 지난해부터 원화마켓 거래소 전환을 추진했지만,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해 결국 올해 5월 9일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한빗코 홈페이지 캡처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 한빗코는 지난해부터 원화마켓 거래소 전환을 추진했지만,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해 결국 올해 5월 9일 서비스 종료를 알렸다. /한빗코 홈페이지 캡처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가상자산 사업자(VASP) 갱신 이후 문을 닫는 곳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 당국은 지난 2021년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제를 도입하면서, 3년마다 자격을 갱신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원화마켓 거래소 5곳과 대부분의 코인마켓 거래소들이 오는 10월부터 12월까지 사업자 갱신 신고를 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원화마켓 거래소 중 고팍스가 사업자 자격을 다시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팍스의 최대주주는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인데, 금융 당국은 해외 사업자의 국내 시장 진출에 대해 줄곧 부정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팍스는 지난해 초 바이낸스로 최대주주가 바뀐 이후 사업자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금융위원회는 1년이 넘도록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게다가 고팍스는 현재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고팍스는 은행의 예·적금처럼 투자자들에게 가상자산을 예치 받아 운용한 후 약속한 수익을 돌려주는 ‘고파이’란 상품을 운용한 적이 있다. 고파이는 지난 2022년 미국 내 운용사였던 제네시스 캐피탈이 문을 닫으면서, 출금을 중단했고, 투자자들이 맡겼던 가상자산은 고스란히 고팍스의 부채로 남았다.

고팍스에 실명계좌를 제공하는 전북은행은 올해 초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지만, 고팍스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의 사업자 갱신 신고에 앞서 전북은행이 실명계좌 제공 연장 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는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제공받아야 한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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